오해석 대통령 IT특보는 다음 달 대통령에게 3D산업 발전 방안을 마련해 보고한다. 앞으로 대한민국 10년을 먹여 살릴 분야로 ‘3D’가 유망하다는 확신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지식경제부·문화부 세 개 부처는 이미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공동으로 산업 육성책 수립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서비스에서 콘텐츠, 디스플레이·단말기까지 3D 산업을 위한 전방위 정책 지원이 뒤따르면서 3D는 새로운 신천지를 만들 전망이다.
‘아바타’가 세상을 바꿔 놓았다. 아바타는 최근 흥행 열풍을 불러온 3D 입체영화. 영화 한 편이 메가톤급 태풍을 몰고 왔다. 급기야 시장 지형을 포함한 산업 전체를 뒤흔들었다. 산업계가 앞다퉈 3D로 눈을 돌렸고 정부도 3D산업을 위해 두 팔을 걷어 붙였다. 방송위는 세계에서 제일 먼저 올해 10월 고화질급 지상파 3D 실험방송에 나설 예정이다. 문화부도 아바타 영상 콘텐츠 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2013년까지 2000억원의 예산을 컴퓨터그래픽(CG) 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산업계 움직임은 더 분산하다. 이달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멀티미디어·가전 ‘CES 2010’은 ‘3D 잔치’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LG전자·소니·파나소닉·샤프 등 글로벌 기업은 3D 제품을 전시장 전면에 내세우고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였다. 권희원 LG전자 부사장은 “전시장을 방문한 수많은 방문객을 아바타를 본 사람과 안 본 사람으로 나눌 정도로 3D가 최대 관심사였다”며 “별 다른 테마가 없던 전자업계에 새로운 메가 트렌드를 예고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계기로 3D가 떠올랐지만 기반 기술은 이미 오래전에 나왔다. 1950년대 3D 영화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수많은 상용화 시도가 있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디스플레이 한계, 눈의 피로, 안경을 써야 하는 불편함, 비싼 가격 등 여러 요소가 장애로 작용했기 때문. 무엇보다 결정적인 요인은 콘텐츠 부족이었다. 최근 3D가 떠오른 것도 영화 아바타와 같은 화려한 영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궁무진한 잠재성을 가진 3D에 결정타를 날린 게 바로 아바타였던 셈이다. 영화를 보면서 일반인도 “3D가 이제 현실로 다가왔구나”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었고 산업계는 자연스럽게 “돈이 되겠다”고 판단하면서 ‘3D 열풍’을 만들어냈다.
시장은 이미 빠르게 3D로 진화 중이다. 물꼬를 튼 건 영화계다. 할리우드는 3D에 ‘올인’했다. 월트디즈니는 2011년까지 22편의 3D 영화를 내놓을 예정이다. 아바타를 제작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앞으로 모든 작품은 3D로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할리우드 4개 메이저 배급사인 디즈니·20세기 폭스·패러마운트·유니버설은 7억달러를 투자해 미국에서만 1만개 3D 전용관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 업체 스크린 다이제스트에 따르면 3D 스크린은 지난해 5000개 수준에서 2013년 1만5000개로 세 배 이상 껑충 뛸 것으로 낙관했다.
3D 방송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스포츠 채널 ESPN은 오는 6월 시작하는 남아공월드컵을 3D 방송으로 중계한다.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채널 디스커버리는 소니와 공동으로 2011년부터 미국에서 처음으로 3DTV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에서는 이미 케이블과 위성방송에서 3D방송을 내보냈고 오는 10월 KBS와 같은 지상파에서 세계 처음으로 3D 시험방송이 이뤄진다. 방통위는 이를 위해 지난해 말 3D TV 시험 방송 추진단을 출범시켰다.
디스플레이·단말 시장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TV·모니터·휴대폰·스캐너·카메라·노트북까지 등 모든 하드웨어가 점차 3D로 바뀔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인사이트 미디어는 3DTV 시장이 올해 680만대에서 내년 1750만대, 2012년 312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낙관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어지럼증을 없앤 AM OLED 3D TV를, LG디스플레이는 2D·3D 전환이 가능한 대화면 패널을 개발하는 등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3D 부상은 바야흐로 ‘실감미디어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뜻한다. 3D는 입체영화로 알고 있지만 실감 미디어의 최전방에 있는 기술이다. 입체영상을 시작으로 고해상도, 다채널 오디오 시스템, 오감 기술 등이 줄줄이 나올 예정이다. 단순히 보고 듣는 것에서 오감을 만족하는 실감형 미디어로 영화 속에서나 꿈꾸던 장면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올해 2010년이 바로 출발점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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