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견 발광다이오드(LED) 업체 A사의 인사팀장이 대기업 LED 업체 B사를 수차례 항의 방문했다. 애써 키워 놓은 LED 전문 인력들을 B사가 대거 경력직으로 잇따라 채용해갔다는 게 A사의 주장이다. A사는 신입직원을 선발해 숙련 인력으로 양성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비용을 들였는데도 B사가 대기업 계열사임을 내세워 손쉽게 인력을 빼내어 가자 상도의를 넘어섰다고 항의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LED 업체들이 설비투자 규모를 경쟁적으로 확대하면서 인력난이 심각해지자 인력 스카우트를 둘러싸고 잡음이 발생하는 등 LED 업계에 고민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LED의 핵심 전공정인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라인에는 화학공학·재료학 분야 석사급 이상 인재들과 LED 조명에는 방열기술, 광학기구 설계 전문가들이 필요하지만 인력 배출은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국내 대학·대학원 중 MOCVD를 갖춘 곳은 서울대·광주과학기술원·경북대·전북대 정도다. 화학공학·재료학 석사를 선발해 MOCVD와 관련한 지식을 습득하게 하려면 다시 1∼2년 안팎의 재교육이 필요하다.
광학설계 분야는 조명산업이 중국에 밀리면서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이 과거에 비해 크게 주는 추세다. 방열 분야도 전문가가 매우 부족하다. 이러다 보니 기업은 경력직을 선호하게 되고 업체 간 스카우트 문제로 비화됐다.
이를 반영, 지난 18일 지식경제부가 주최한 ‘LED 업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CEO들은 정부에 LED 전문인력 양성센터를 마련해 줄 것을 한목소리로 건의했다. 모임에 참석한 한 업체 사장은 “LED 산업은 조명설계 전문가, 디자이너 등 기구설계부터 화합물반도체 전문가까지 각 분야 연구진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정부에 강조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삼성LED·LG이노텍·서울반도체 등 3사가 전공정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어 하루라도 빨리 인력 수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 1년간 3사가 신규로 설치할 MOCVD만 200대를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설치된 대수보다도 더 많은 규모다. 그만큼 더 늘어나야 할 생산 인력이야 어떻게든 충원한다고 해도 최소 1년 이상 경험이 있는 연구 인력이라도 당장 몇 십명이 모자란 형편이다.
박성주 광주과학기술원 LED연구센터장은 “대학의 인재 양성에 한계가 있다 보니 한정된 인력을 놓고 기업들 간 쟁탈전이 벌어진다”며 “기술장벽이 높은 에피웨이퍼·칩 분야의 전문가 양성에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