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테마株라도 맹신은 `금물`

 #. ‘MB가 입을 열면….’ 지난해 자전거 테마주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5월초 한 행사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5년 안에 자전거 산업을 세계 3위로 키우겠다”고 발언하자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기 시작했다. 전거래일까지 1만2000원 안팎에서 머물렀던 삼천리자전거의 주가는 폭풍 상한가 행진으로 눈깜짝할 사이 3만원대까지 올랐다. 열흘만에 무려 3배 가까이 뛰었다. ‘MB효과’는 두달을 못 갔다. 주가가 터무니없이 고평가됐다는 우려가 쏟아지면서 7월초에는 1만3000원대로 폭락해 현재까지 지지부진한 주가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증권시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테마 제조기’로 불렸다. 대통령이 입을 열면 곧장 ‘MB효과’라는 말이 따라붙으며 관련 종목이 테마주를 이뤄 급등세를 연출했다. 자전거 테마와 함께 MB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춤을 췄던 수소에너지, 4대강 테마 등도 마찬가지다.

 ◇MB입에 춤춘 테마주, 성적은?=지난해 6월 2일 대통령이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에서 “수소연료 자동차가 우리의 꿈”이라고 말한 것이 알려지자 HS홀딩스·이엠코리아·경윤하이드로·에스씨디 등 관련 업체의 주가가 춤을 췄다.

 당일 일제히 상한가를 친 이들의 상승세는 ‘5일 천하’에 그쳤다. MB의 발언 전날인 1일 7060원을 기록한 이엠코리아는 상한가 행진에 8일 1만2350원까지 올랐다가 곧 하한가로 반전해 지난 연말에는 5000원대로 오히려 MB의 발언 전 보다 주가가 떨어졌다. 경윤하이드로는 기존 사명인 경윤에코를 바꾸면서까지 수소에너지 테마임을 어필했지만 역시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광풍처럼 부는 테마 바람은 엉뚱한 기업까지 끌어들이기도 한다. 자전거테마주가 코스닥을 달구면서 관련성이 미미한 업체까지 테마주로 꼽히며 상한가 행렬에 동참했다. 자전거도로의 원료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반 상승세를 탄 K유화. 산업용 윤활유 생산이 본업인 이 업체의 전체 매출에서 자전거도로 원료가 차지하는 부분은 1%도 안 된다. 극동유화의 당시 주가흐름도 삼천리자전거와 같은 행보를 보였다. 테마주의 씁쓸한 단면이다.

 ◇정책효과 맹신은 금물=올해 또한 정책 테마주의 열풍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럴수록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시장이 주목하는 대표 테마주는 원자력 테마다. 지난 연말 사상 첫 원전 수출이라는 성과에 대통령이 나서 “원자력 산업을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히며 관련주가 MB테마주로 회자됐다. 수출이 확정된 UAE에 더해 요르단·터키 등 다른 나라로 수출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원전 주는 연일 상승가도다.

 전문가들은 황망히 테마 열풍이 식은 자전거·수소에너지 등과 원전테마를 비교하면 정책테마의 투자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원전 테마의 경우 원자력 발전 시장규모에 대한 전망이 명확하고, 대통령이 입을 열기 전에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는 점이 다르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업 성장성에 정책 효과가 더해질 경우 증시에서의 영향력은 매우 커진다”며 “다만 성장성이 명확한 테마라고 하더라도 관련이 없는 업체에까지 테마 거품이 퍼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MB가 끌어도 산업의 성장성 및 기업의 실적이 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소리다.

 현재 코스닥에서 정부의 산업 육성정책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되는 3D기술, 클라우드컴퓨팅 등이 테마주를 형성해 정책 결정자의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다. 주가 널뛰기가 심한 이 테마주들은 정부의 결정적인 한마디에 바로 상한가를 칠 태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테마 광풍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개미들의 한숨뿐인 경우가 많다”며 “테마에 목마른 코스닥 시장의 속성상 테마주 바람을 맹신하지 말고 테마는 물론이고 개별 기업의 옥석가리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