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자가망에 구축한 네트워크 장비 대부분이 외산으로 이뤄져 정부조차 국산 장비를 철저히 외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방망 등 공공기관의 자가망과 u시티 구축이 활기를 띨 전망이어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라도 공공기관 중심의 국산 네트워크 장비 활용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정부의 지난 2008년 네트워크 장비 구매 실적 및 동향을 종합 분석한 결과,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의 자가망에 구축된 전체 네트워크 장비 중 90% 이상이 외산 장비로 구성됐다. 특히 라우터의 74%, ATM 스위치의 64%는 시스코장비로 외산 장비 독주체제가 굳어졌다. 한 업체에 대한 의존이 커 이 회사 가격정책에 정부 도입 예산까지 휘둘릴 가능성도 큰 것이다.
더구나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장비 국산화율은 점검 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문제는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국방 BcN과 u시티 구축에도 이러한 사례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산 장비의 공공기관 채택 비중이 낮은 것은 향후 수출에서 제약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중앙 행정부조차 국내 장비를 쓰지 않는 것은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불공정 구매 관행이 빈발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국내 네트워크 장비의 기술은 선진국 대비 90% 수준이며, 특히 QoS 라우터 WDM-PON 장비 등에서는 국내 기술력이 선진 기업과 대등하다”면서 “국내 장비가 외면받는 것은 공공기관 담당자의 네트워크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불공정 및 관행성 구매가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KT, SK텔레콤 등 네트워크가 사업의 핵심인 통신사업자는 서비스 연속성과 장비 호환성으로 인해 외산장비를 계속 구입하고 있지만 최근 국산 장비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KT는 네트워크 장비 중 80% 이상을 국산장비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는 전국 3000여 우체국 간 우정정보화 망 내부 네트워크 장비의 80% 이상을 국산장비로 사용 중이다. 라우터 및 스위치 장비 총 1만752대 가운데 국산장비가 1만1786대에 달한다.
한편, 국내 네트워크 시장은 지난 2008년 기준 4조3000억원으로 매출 1000억원 이상은 LG노텔, 동원시스템즈, SK텔레시스, 다산네트웍스, 삼성전자, 콤텍시스템 등에 불과하다.
홍기범·이경민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