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벗어난 은행권, 해외시장 공략

국내 은행들이 해외 은행 인수와 영업망 확대 등을 통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빨리 금융위기를 벗어난 반면 해외 은행들은 여전히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해외시장을 공략하기에 최적기이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은 영업 효과가 큰 중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의 진출 노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시장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亞시장 영업 확대 주력=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태국 금융당국과 태국 시암시티은행(SCIB) 인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최근 2박3일 일정으로 태국을 다녀왔다.

태국 내 7위권 은행인 시임시티은행은 태국 중앙은행이 47%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내달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민 회장은 “국내 금융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위한 해외 확장전략을 수립했다”며 “아시아시장은 SOC 등 인프라관련 금융수요가 많아 기회가 존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올해 태국 외에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은행 2~3곳과 우즈베키스탄 은행 1곳 등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업은행도 인도네시아에 실사단을 파견해 현지 영업환경과 성장 가능성이 있는 3~4개 은행의 인수.합병(M&A) 여부에 대해 면밀하게 점검한 뒤 인수 여부를 정부와 상의해 결정할 계획이다. 이달 중으로는 중국 칭다오 등에 출장소를 열고 6월에도 수저우에 출장소를 추가로 설립할 예정이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기업은행은 국내와 아시아에 특화한 은행으로 성장하기 위해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영업을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러브콜을 보내온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을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CIS(독립국가연합)권과 중국권, 남아시아권을 잇는 ‘KB 트라이앵글 네트워크’ 구축을 전략으로 삼고 있다.

다음 달 초 카자흐스탄 BCC은행 지분을 9.6% 추가 인수해 40.1%로 확대할 예정이다. 세계은행(World Bank) 계열의 국제적 투자기관인 국제금융공사(IFC)도 10%를 인수해 공동 투자에 나선다.

국민은행은 또 상반기 중 중국 수저우지점을 개설할 예정이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 베트남 호찌민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중국 지린은행에 3억1천60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 18.44%를 확보할 예정이며, 지린은행과 중국현지법인의 하얼빈,장춘, 심양 등 동북 3성을 중심으로 중국 IB시장 개척에도 나설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PT뱅크 하나는 지점을 5~10개 늘릴 계획이며 성공적 현지화를 위해 현지의 중견은행을 추가로 인수할 계획도 갖고 있다.

외환은행은 올해 초 중국 당국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얻어 현지법인을 출범시킨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현지법인이 출범하면 기존 중국소재 7개 점포를 현지법인 소속으로 전환하고 전략적 거점 지역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베트남 호찌민 사무소의 지점 전환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며 인도 뉴델리 사무소의 지점 전환 또는 신규 지점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도 잰걸음=우리금융지주는 미국의 최대 교포은행인 LA한미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현재 한미은행 주가가 상당히 낮기 때문에 저가에 인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미 동부에 현지법인인 우리아메리카은행이 있기 때문에 미 서부에 위치한 한미은행을 인수하면 시너지를 높일 수 있고 미국 시장을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은 한미은행의 신주를 인수하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지분을 취득할 방침이다.

우리금융은 그러나 이사회 승인과 감독기관 협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승인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인수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신한은행도 작년 하반기 여신전문가 4명과 전략 및 재무, 마케팅 전문가 등 총 8명의 핵심 인력을 미국 현지법인인 신한아메리카은행에 파견하는 등 미국 시장 개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해외교포가 가장 많은 로스앤젤레스(LA)에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해외 영업에 강한 외환은행도 북미와 유럽지역에서 영업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영업망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해외시장에서 경쟁 은행들이 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영업을 확대하기에 적기”라며 “잠재력 있는 교포 은행 등을 저가에 매수할 할 기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