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만큼 다양한 모델을 고를 수 있는 제품도 드물다. 키보드는 입력 방식에 따라 기계식과 전자식으로 나뉘고, 다시 키의 재질과 구성 방식에 따라 멤브레인, 펜타그래프 등으로 분류된다. 이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것이고 많은 제조사는 저마다 제품을 차별화하기 위해 색상은 물론 특정키의 크기와 배치를 바꾸거나 여러 개의 확장키를 추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게 갖가지 기능이 추가된 키보드는 보통 몇 만원 이상, 비싸다면 수 십 만원에 판매되기도 한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흰색 106키 표준 키보드의 가격이 만원 이하인 것을 생각하면 기호에 따라 투자할 수 있는 부가 가치가 제품마다 천차만별인 셈이다. 따라서 키보드 제조사는 소비자가 기꺼이 추가 비용을 지불할 만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낸다.
반면 LG전자 유선키보드 ‘ST-700’은 기본에 충실한 제품이다. 개성 넘치는 키보드 홍수 속에서 철저히(?) 표준 106키 배치를 지켜 오히려 정갈한 매력이 느껴질 정도다. 엔터, 역슬래시(), 백스페이스, 삭제(Delete) 등 다른 제품들이 조금씩 변형하는 주요키가 모두 원래 모습 그대로 제공된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해서 일반 보급형 제품과 마찬가지로 만원이면 충분히 구입할 수 있다.
한편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은 그만큼 특징이 없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ST-700은 나름대로 보급형 제품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색상, 라인 그리고 키 입력 감을 약간 다듬었다.
먼저 색상은 짙은 블랙으로 무게감을 더했고 윗면으로 올라갈수록 솟아오르는 미세한 선이 유연한 느낌을 준다. 뒷면에는 케이블을 정리할 수 있도록 가이드 라인이 파여 있고 높이를 한 단계 조절할 수 있는 레버도 마련했다.
키감은 멤브레인 방식 치고 약간 깊은 편이어서 조금 더 확실히 눌러줘야 한다. 그만큼 경쾌한 입력 방식을 선호하는 사용자에게 적당하다. 대신 그만큼 소음도 큰 편이다. 구입 시 기본 제공되는 키스킨을 씌우면 어느 정도 소리가 작아지지만 경쾌한 키감이 무뎌지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ST-700은 싼 가격에 나름대로 쓸만한 키감을 제공한다. 간편한 검정색 주변기기를 선호하고 경쾌한 타이핑 습관을 가진 사용자라면 부담 없이 선택해 볼만하다.
다만 스페이스바 길이까지도 표준을 지키느라 왼쪽 알트(Alt) 키가 요즘 키보드에 비해 더 왼쪽으로 치우쳐 있어 알트키를 조합해 누를 때 왼손 엄지를 더 깊숙이 넣어 눌러야 하는 등 적응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리고 요즘 같은 시대에 USB가 아닌 PS/2 포트를 쓴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이동준 스마트가젯 운영자 http://www.smartgadget.kr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