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반도체 산업 내실 다지기

[현장에서] 반도체 산업 내실 다지기

1980년대부터 반도체 소자 개발을 위한 정부 R&D사업을 전략적으로 꾸준히 추진한 결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반면, 한국에는 반도체 후방산업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반도체 장비기업들의 규모는 영세하고 기술력도 외국 선진기업들과 비교해 전반적으로 낮은 실정이다.

기초·원천기술의 부재와 기술개발 역량의 부족으로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은 2008년 기준으로 약 21%에 불과해 반도체로 벌어들인 외화의 상당 부분을 다시 외국기업이 가져가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정부 R&D는 반도체 소자 개발을 위한 사업이 대부분이었으며, 초기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반도체 장비 R&D사업 규모는 미미해 전방산업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해 왔다.

그러나 최근 후방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정부에서 반도체 장비 개발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관련 산업의 동반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반도체 장비산업은 기술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LCD 및 솔라셀 장비산업에 비해 한 단계 높은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경제적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

국내 반도체 장비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전략적인 정부 R&D사업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세계 경기회복과 맞물린 반도체 호황에 안주하지 말고, 핵심원천기술 확보와 세계 10위 이내의 반도체 장비기업 육성을 목표로 후방산업 지원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대기업인 소자기업과 중소기업인 장비 기업간의 상생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가 코디네이터가 돼 소자기업, 장비기업, 연구기관(대학, 출연연)이 참여하는 ‘반도체기술로드맵협의회’를 구성해 매년 새로운 기술로드맵을 그려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반도체 관련 기존 단체들을 통합한 반도체 연구개발 컨소시엄을 설립하거나 반도체 장비 중소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특성화된 펀드 조성하는 방안도 제안하고 싶다.

강현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연구위원

hkkang@kis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