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Innovation Leader- 최진엽 풀무원 정보기술실 상무

 풀무원 두부는 신선식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두부 유통기한은 1주일. 이중 판매계획에서 생산까지 하루, 배송에 하루가 필요하니 판매될 수 있는 기간은 고작 5일에 불과하다. 그나마 유통기한이 끝나기 이틀 전부터는 소비자들이 외면한다. 매대에 제품이 노출된 후 단 3일내에 제품을 팔아야 하는 것이다. 국내 대표적 신선식품 업체인 풀무원의 IT전략은 항상 이 고민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풀무원의 최고정보책임자(CIO)인 최진엽 정보기술실 상무는 “끊임없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 빨리 의사결정을 하고 생산 및 판매계획도 더 정확하게 수립해야 한다”면서 “지속적으로 프로세스를 개선하면서 여기에 걸맞은 최적의 IT인프라를 접목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상무는 이를 위해 최근 몇 년간 판매생산계획(S&OP) 프로세스를 정립한 것을 비롯해 전사적자원관리(ERP)·공급망관리(SCM) 시스템 개선,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시스템 개발 등에 매진해왔다.

 

 ◇속도와 정확성에 중점=최 상무가 막 부임한 5년전 부터 시작한 ERP 구축 작업은 풀무원식품을 시작해 풀무원건강생활, 푸드머스, 올가 등 전 관계사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최 상무는 “판매계획과 생산계획을 연계하고 자동발주 체계를 갖추는 등 수요계획(DP:Demand Planning) 및 물류 시스템과 연동한 ERP로 공급망 역량을 크게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올해 푸드머스, 올가홀푸드 등 관계사에 주문·재고·물류 등 공급망 관련 모듈 구축을 확산해 속도 경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관계사별로 생산 및 물류 계획을 따로 수립하했지만 ERP를 도입하면서 통합 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 결품과 재고를 크게 줄였다.

 특히 주문관리와 판매계획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시스템 개선 작업에 각고의 심혈을 기울여왔다. 최 상무는 “증정물량까지 예측하는 DP 시스템과 ERP의 주문 데이터, 그리고 수 년간 축적돼 온 일일 판매 데이터 등 최신 시스템과 오랜 일일 프로세스 노하우가 결합되면서 풀무원의 판매계획 정확도는 85%가 넘는다”고 자랑했다. 최 상무는 “향후 2주치의 일일 판매계획과 1개월치의 주 단위 판매계획, 향후 3개월치의 판매계획을 동시에 세우는 판매생산계획(S&OP) 프로세스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RP 구축 이후 판매계획이 정확해지고 생산·물류와 긴밀히 연계되면서 매장 결품은 무려 절반으로 줄어 매출 손실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해외 법인을 위해 IT인프라 정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초 미국과 중국 법인 ERP 구축 작업을 우선 완료했으며, 최근 인수한 미국 식품회사 등에 대해서도 IT지원을 준비중이다. 최 상무는 “속도 경영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2013년 매출 5조원 돌파 목표 달성에 일조하는 것이 풀무원의 핵심 IT전략”이라고 강조했다.

 ◇IT 통해 의사결정 속도 높여=제품 생산 속도 뿐만 아니라 신제품 개발 속도 향상도 핵심 이슈다. 지난해에는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시스템을 적용해 신제품개발 과정을 관련 부문이 모두 공유하도록 하고 개발 완성 속도를 한층 높이기도 했다. 최 상무는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하면 개발 기간을 단축할 여지가 생기게 되고, 결국 신제품 출시기간을 줄이는 것이 가능해 진다”고 말했다.

 속도를 중시하는 만큼 풀무원은 결재 프로세스를 단축하기 위해 다른 회사와 달리 이메일을 결재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업무 소통을 강화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통합 커뮤니케이션(UC) 인프라 구축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 풀무원은 그룹웨어 날리지워크포털(KWP)을 대폭 개선해 지식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IP전화, 스마트폰, 화상회의와 모두 연계할 계획이다. 현재 전화기를 IP전화기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달까지 표준 스마트폰을 선정해 모바일 업무를 위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ERP를 기반으로 통합된 데이터들 중 중요한 정보만 모아 임원진을 비롯한 의사결정자들이 한 눈에 볼 수 있는 ‘포인트오브뷰(POV, Point of View)’ 시스템 구축도 한창이다. 단순히 데이터를 모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제조에 소요되는 간접비용까지 면밀히 분석 제시해 효과적인 비용 절감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물류 부문 관계사까지 모두 적용한 후 관계사들의 POV 시스템을 통합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의사결정권자들이 그룹 차원의 통합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상무는 “실제 제품의 이송과 제조에 소요되는 원가를 정확히 파악하면 불필요한 낭비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룹 IT거버넌스 밑그림 고민=올들어 최 상무에게는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 풀무원 그룹차원의 통합 IT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표준화된 IT 거버넌스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최 상무는 풀무원식품, 풀무원건강생활, 올가홀푸드 등 모든 관계사 IT 인력을 하나로 모아 교육수준도 높이고 IT 운영도 보다 효율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최 상무는 “IT인력 통합을 통해 IT 개발과 운영 업무를 표준화하고 중복 개발로 인한 비용 낭비를 줄이는 것은 물론 서로 다르게 개발된 정보시스템의 표준화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계열사들 각각의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흩어진 인력을 풀무원홀딩스 소속 IT으로 통합해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 전체의 IT부문 인력이 하나의 조직처럼 그룹 IT 전략을 이끌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최진엽 풀무원 상무는

1986년도 조선일보 전산기획팀에 입사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KT를 거쳐 한솔CSN에서 IT기획팀 부장으로 재직했다. 한솔CSN에서 쌓은 ERP 구축 노하우와 물류 IT 등 경험을 기반으로 동부아남반도체(현재 동부하이텍)에서 ERP 구축 프로젝트를 담당하기도했다. 이후 2004년 말부터 풀무원의 정보기술실 상무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