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시장을 선점하라.”
21일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선 제1회 EV(Electric Vehicle) 재팬 전시회가 한창 열기를 내뿜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일본이 자랑하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분야의 첨단 기술이 총출동해 세계 자동차 및 부품업계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가장 큰 특징은 최근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반영해 하이브리드카보다는 순수 전기차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이미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이 하이브리드카에서 전기차 시장으로 기울었다는 방증이다.
전시장에는 모터, 인버터, 배터리 업체를 제치고 급속 충전기 기업들이 가장 넓은 부스를 설치해 전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얼박, 다카오카, 하세텍 등 충전기 전문업체들은 다양한 규격의 충전기와 전기차 조합을 선보였다. 특히 다카사고는 50㎾ 급속충전기 두 대로 전기버스를 충전하는 시범으로 대중교통 분야에서 전기혁명을 예고했다.
주목할 현상은 일본 기업들은 충전기 분야 자체 표준규격에 따라 커넥터, 액정 위치, 스위치 디자인까지 모두 통일했다는 점이다. 충전인프라 표준화가 겨우 시작된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하면 일본은 최소 2년은 앞서가고 있다.
전기차 개발을 위한 계측장비도 대거 등장했다. 고쿠사이는 리튬폴리머 배터리가 자동차에서 받을 진동과 충격을 시뮬레이션하는 계측장비를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야스카와는 산업용 로봇장비에 사용되는 인버터 기술을 활용한 전기자동차 부품을 선보였다. 규슈전력은 가정에서 전기차 자가충전에 적합한 전용 콘센트를 최초로 선보였다.
국내 업체로는 LS엠트론이 대용량 울트라 캐퍼시터와 리튬배터리용 동박을 출품해 일본 바이어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급속충전기 제조사 시그넷시스템의 황호철 사장은 “전기차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의 기술력 차이는 크지 않지만 표준화와 제도적 지원에서 일본이 훨씬 앞서고 있다”면서 “친환경 자동차 분야의 한국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회에는 박종우 삼성전기 사장을 비롯해 울산의 현대계열 부품회사인 동희산업, 세종공업 등 30여 부품업체 관계자들이 대거 참관해 친환경 자동차 분야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주최 측은 EV 재팬 전시회가 제1회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238개 기업이 참가했고 1만7000여명의 관람객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도쿄(일본)=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