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반도체가 몸집보다 큰 돈의 투자를 결정하자 용처와 자금 조달선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 회사가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향후 5년 간 1조8000억원 규모다. 연평균 3600억원에 달하는 큰 돈이다.
우선 서울반도체는 발광다이오드(LED) 핵심 전공정인 에피웨이퍼·칩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에피웨이퍼 제조에 사용되는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는 대당 가격이 40억원에 육박한다.
최근 LED 업체들이 한 번에 수십대씩 발주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목돈이 들어갈 전망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최근 미국 MOCVD 업체 ‘비코’와 30여대 규모의 장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장비 가격만 1200억원에 달한다. MOCVD 외에 에피웨이퍼·칩 후공정에 들어가는 다른 장비들까지 감안하면 올해 투자되는 금액만 적어도 2000억원은 훌쩍 넘어 설 것으로 관측된다.
다음으로 돈 뭉치를 풀만한 분야가 패키지 공정이다. 패키지 공정에선 앞서 제조한 LED 칩에 각종 전극을 붙이고 형광체와 봉지소재를 덮어 최종 완제품으로 생산한다. 이 회사는 현재 월 5억 5000만개의 패키지 생산능력을 보유했다. 최근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대만 경쟁사들에 대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대만 선두권 LED 패키지 업체인 에버라이트만 해도 최근 생산능력을 월 14억개에서 17억개까지 늘렸다. 서울반도체의 3배에 달하는 셈이다. 현재 LED 패키지 1개 라인(월 300만개 생산) 증설에는 약 8억∼10억원 가량이 소요된다. 이 회사가 현재의 2배까지 패키지 생산능력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당장 2000억원 안팎의 시설 자금이 필요하다.
물론 대만 업체들의 생산량을 따라잡으려면 더 많은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LED 패키지 역시 세계적으로 양산 경쟁이 뜨거워 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년 대규모 투자가 단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LED 전후공정에 들어가는 장비 구입 비용 외에도 설비를 들여놓기 위한 부지 마련과 공장 건축에도 적지 않은 금액이 쓰인다. 이 회사는 현재 경기도 안산시 본사 인근에 새 공장 건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남은 문제는 이 많은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이냐다. 이에대해 이정훈 서울반도체사장은 "지난해 말 해외에서 확보한 자금이 사내에 남아있는데다 금융부채가 거의 없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금융기관으로 부터 차입 등으로 투자문제를 해결해 갈 것"이라며 "시장상황이 호전되면서 매출 또한 큰 폭의 성장세가 예상돼 투자에 따른 자금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서울반도체는 지난해 말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홀딩스’ 및 포스코를 대상으로 3000억원이 넘는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