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으면 많은 전망과 예측이 펼쳐지고 2010년 역시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과 예측이 얼마나 맞아떨어질지 확신하기 어렵다. 다만 ‘미래 예측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만큼은 확실하다. 그리고 최고정보책임자(CIO)의 역할이 재정의되고 재평가돼야 한다는 점도 암묵적인 동의를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CIO에 대한 기업의 기대치와 역할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CIO들이 인식하고 신속히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010년 CIO들은 △기업 △IT부서 △CIO 자신 세 가지 측면에서 관점 쇄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CIO를 위한 2010년 전망은 기술에 주로 집중돼 있지만 신기술 도입 못지 않게 CIO의 새로운 행동전략 수립이 중요해지고 있다.
◇2009년 사상 최초로 IT비용 감소=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 경제 위기는 IT부문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IT업계에 2009년이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기업 비즈니스에 IT가 도입된 이래 최초로 IT비용이 마이너스 성장했다는 것이다. 물론 닷컴 거품이 가라앉던 2000년대 초반에도 IT업계의 위기는 있었지만 일부 업계, 일부 기업과 지역이 아닌 전세계 IT비용이 마이너스 성장을 한 첫 해가 2009년이다.
2009년은 경제 위기로 인한 IT예산 감축은 그보다 더 큰 악재를 낳았다. CIO와 IT부서원들이 스스로의 존재 가치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됐다는 사실이다. 한 전문가는 “IT가 문제 해결사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IT가 문제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비용 절감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기업들로서는 IT에 쏟아붓는 비용만큼, 아니 그 이상의 성과를 신속히 얻을 수 있기를 요구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CIO와 IT부서에 보내는 냉담한 눈초리는 IT 담당자들의 기운을 빼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모습은 점진적인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올해에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오히려 경기회복 이후 비즈니스는 IT에 이전과 다른 기능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게 되며 가트너 등 전문 컨설팅 업체들은 “CIO 역할과 기술이 제공하는 가치는 2010년에 재정의, 재평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래 예측의 불확실성, 워크로드의 복잡성과 함께 혁신에 대한 필요성은 2010년 대부분의 CIO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CIO는 이제 비즈니스 가치 기여자가 될 것을 요구받고 있으며, CIO들이 2009년 느꼈던 모멸감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쇄신이 필요하다. 가트너는 △기업 △IT부서 △CIO 자신 등 세 가지 측면에서 CIO의 관점 쇄신과 체크리스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트랜스포메이션을 미리 준비하라=우선 기업 관점에서는 비즈니스 변화와 위기가 닥쳐오기 전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대비한 행동계획이다. 경기 위기를 겪으면서 인수합병은 생존을 위한 중요 전략이다. 대형 업체는 계속 몸집을 키우고 중소형 업체들 또한 살아남기 위해 유사한 규모의 동종 업체와의 합병을 단행하고 있다. 이는 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공공부문에서도 예산과 운영 효율화를 위해 유사 부문의 통합이 화두다.
기업 대 기업간, 기관과 기관의 통합뿐 아니라 IT부문의 통합도 가속화 되고 있다. IT조직을 중앙화하고 단일 혹은 소수의 통합 데이터센터에서 IT관리를 중앙통제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셰어드 서비스는 올해에도 빠지지 않는 IT조직의 고민거리다.
CIO가 M&A 혹은 통합에 대비한 행동계획을 세우기 위해선 경영진과의 정기적인 논의 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M&A가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 M&A 프로젝트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 책임자 정도는 결정해둬야 한다. 이와 함께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주요 인프라스트럭처, 정보 표준과 계약 요건 등 자사의 아키텍처 및 외주 업체와의 계약을 사전에 분석해둬야 한다.
◇동종산업 경쟁사와 동료의 IT전략을 이해하라=M&A가 실제 이뤄진 후 통보받기 전에 M&A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CIO에게 자사가 속한 산업의 동향을 끊임없이 살피라는 요구와 일맥상통한다. CIO는 자사가 속한 산업의 동향을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CIO들은 동종 업종, 그리고 유사한 고민을 하는 기업들의 동태를 파악하는 것과 함께 그들의 전략을 추적하고 분석해야 한다. 존 마호니 가트너 분석가는 “경쟁사와 CIO 동료들의 IT혁신 전략을 분석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경기 회복 이후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비즈니스 환경에서, 다른 기업의 IT전략 이해는 CIO의 IT전략 시행착오, 실패를 줄여줄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마호니 가트너 분석가는 “경쟁사와 동료의 IT 운영 퍼포먼스를 벤치마킹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IT전략과 개념, 핵심 아이디어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CIO가 할 수 있는 일은 우선 자사의 10가지 주요 제품과 서비스, 프로세스, 매출, 손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대형 고객과 가장 중요한 공급업체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IT부서 내에 경쟁사의 전략을 모니터링하고 분석, 리포팅하는 전담자를 두는 것도 방법이다. 다른 기업의 IT 전략은 온라인에서나 연구조사기관을 통해서 얻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컨퍼런스, 개인적인 인맥, 공급업체 등 다양한 소스가 있다. 특히 공급업체들은 다수의 클라이언트를 두고 있다. 주기적으로 공급업체와의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보기술과 운영기술의 통합 및 연동 요구=기업 관점에서 CIO가 생각을 바꿔야 할 세 번째 항목은 IT 스스로 왕따를 자처하지 말라는 것이다. IT가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은 너무도 자주 반복돼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비즈니스에 다가서기 위한 IT의 노력은 여전히 미비하며 그나마 CIO 개인에게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비즈니스와의 얼라인먼트를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하는 CIO들은 조직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는가 자문할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와 IT가 결합된 새로운 팀을 조직했는지 아니면 새로운 거버넌스 체제를 마련했는지 구조적으로 어떤 노력과 변화가 있었는지 파악하라는 것이다.
가트너의 권고는 정보기술(IT)와 운영기술(OT)의 연동과 통합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통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보다 밀접한 연동이 필요하다는 것이 가트너의 조언이다. 여기서 말하는 OT는 비즈니스 운영에 필수인 특정 시스템을 말한다. 예를 들면 유틸리티와 에너지산업에서 사용하는 감시통제 및 데이터획득(SCADA) 시스템, 항공사의 승객공학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대부분 최고운영책임자(COO)나 최고기술책임자(CTO)의 관할 아래 놓여 있다. 문제는 CIO, 즉 IT와 분리돼 있거나 IT역할을 저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전략 비즈니스 프로세스에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IT와 OT의 협업 없이 고객 서비스를 향상시킬 수 없다고 가트너 마크 라스키노 분석가는 지적했다.
라스키노 가트너 분석가는 “한 대형 에너지 업체는 두 부서의 보고서를 CIO와 엔지니어링 책임자에게 동시에 함께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두 분야 전문가들이 첨단 기술을 보다 쉽게 통합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산업 특화 시스템은 대부분 폐쇄적인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데 표준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명한 CIO라면 트랜스포메이션이 실제로 필요해지기 전에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며 가트너는 “산업 특화 시스템, 즉 OT의 표준화는 2011∼2012년이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CIO는 올해 바로 그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외에 가트너는 2010년 CIO의 혁신을 위해 IT부서 관점에서는 △IT조직과 CIO 역할에 대한 가치 모델의 수립과 재혁신 △비전통적인 기술을 익히고 IT를 위한 HR 전문가와 성공계획 수립 △애플리케이션 포트폴리오의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CIO 개인을 위해서는 △CIO 스스로의 브랜드를 만들고 비즈니스와 개인 관점에서 성공 리스트를 만들 것 △CIO 개인적 목표와 문제의 복잡성과 양을 줄일 것 △CIO 역할의 전형성을 탈피할 것이 요구된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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