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위기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주요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들이 올해 공격적인 경영 목표를 세웠다. 특히 중화권 시장 공략이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중국 시장에 안착하느냐 여부가 매출 성장의 최대 관건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팹리스 업체들은 올해 많게는 50%, 적게는 20% 이상의 공격적인 경영목표를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전년과 거의 비슷한 700억원 매출을 올린 CMOS이미지센서(CIS) 업체 실리콘화일(대표 신백규)은 올해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1억달러(1100억원) 매출을 돌파한다는 목표다. 신백규 사장은 “대만 노트북 기업의 판매 비중을 5% 미만에서 2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시장 매출까지 합하면 중화권에서만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영상처리 반도체 업체 텔레칩스(대표 서민호)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 대비 50% 높게 잡았다. 이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800억원이었던 이 회사 매출은 1200억원까지 급성장한다. 중국에 초고화질(FHD) PMP 수요가 많다는 데 착안, 중국 시장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중국 선전 지역에 운영하고 있는 연구소 외에 내륙 지방에 별도의 연구소 설립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생산 원가를 낮추고, 독자 표준이 확립된 중국 시장에서 현지화도 가속화할 계획이다.
영상보안 칩 업체 넥스트칩(대표 김경수)은 지난해 매출 400억원보다 25% 가량 높은 목표치를 수립했다. 내심 50% 성장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 맞춘 DVR용 디코더칩(제품명:NVP1204) 매출이 이 목표 달성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중국에 사무소를 개설한 바 있다. 최종현 팀장은 “계획대로라면 대중국 비중이 자연스레 상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LCD 패널용 타이밍콘트롤러(T-con) 업체 티엘아이(대표 김달수)도 중국 시장을 바라보고 사업 계획을 짰다. 지난해 이 회사 매출은 920억원이다. 올해는 중국 시장을 집중 공략, 1144억원까지 매출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미 중국 BOE-OT에 구동칩을 납품하고 있다. T-con 분야에서도 국내 시장 의존도에서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서민호 텔레칩스 사장은 “전 세계 공장으로 부상한 차이완 시장을 공략하지 않고는 매출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특히 중국은 독자표준을 고수하는 만큼 현지 R&D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