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지난해 1차 발사때와는 달리 기술적으로 조금이라도 불안할 경우 발사하지 않겠다.”
나로호 2차 발사가 5∼6월로 예정된 가운데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올해 다지고 다진 각오의 일단을 내비쳤다.
지난 해 8월 나로호 1차 발사의 ‘절반의 성공’ 원인 규명을 놓고 논란이 있던 일로 인한 국민에 대한 죄송함, 그리고 주위의 눈총과 어려움, 촉박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맡은 바 역할에 충실했던 연구원들에 대한 미안함 등이 총체적으로 녹아있는 말이다.
이주진 원장이 올해 99.9999%의 완벽한 공정을 내걸고 쏘아올릴 위성만 3기나 된다. 3∼4월 통신해양기상위성과 5∼6월 나로호 2차 발사, 12월 다목적실용위성 5호 발사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 우주센터 완공과 나로호 발사로 독자적인 우주개발 기반을 마련했다면 올해는 우리 나라가 우주 개발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좌우하는 역사적인 해가 될 전망이다.
우주 산업 육성과 관련한 정부의 패러다임도 올해 전환점을 맞았다.
그동안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주도해온 우주관련 기술개발이 민간 부문으로 이양되는 첫해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항우연은 지난해 12월 다목적실용위성 3A호의 개발을 민간에 맡길 요량으로 대덕에 위치한 쎄트렉아이(대표 박성동)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과의 역할 조율로 인해 계약이 지난 15일에서 다시 2주가량 늦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정부의 우주산업 육성 틀의 변화가 읽히는 대목임에는 틀림없다.
항우연은 정부의 우주개발 사업 실천 로드맵에 따라 오는 2016년부터 표준화된 실용위성 개발은 산업체에서 주관하도록 할 방침이다. 실용급 위성의 상용화가 본격화하는 것으로 볼수 있다. 또 위성에 올라가는 탑재체는 2018년부터 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대신 항우연은 민간이 맡기에 다소 부담스럽거나 어려운 차세대 대형 위성 등을 개발하는데 주력한다.
항우연은 오는 2014년까지의 항공우주 중기전략계획과 2018년까지의 장기발전 계획을 수립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2030년을 향한 비전을 선포하며 항공우주기술 자립화를 위한 질적인 도약의 해를 선언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본원 구조 및 전자팀과 나로우주센터 연구원 80여명이 지난 해 12월 30일 종무식 이후 2∼3일 쉬었을 뿐 실험실에서의 강행군을 지속해 왔다”며 “올해 발사 성공에 연구원 전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에는 대형 국가우주개발 사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매듭을 짓는 사업도 있고, 출발선에 놓인 사업도 있는데.
▲5∼6월 ‘나로호’로 2차 발사가 가장 큰 이벤트가 될 것입니다. 1차때 문제가 됐던 페어링 미분리 부분을 철저히 보완 중입니다.
올해부터는 발사체 기술개발 자립을 목표로 ’한국형 발사체(KSLV-II)’ 개발사업에 착수합니다. ’KSLV-II’는 오는 2019년 발사를 목표로 독자개발합니다. 이 사업을 통해 발사체 시스템 설계, 제작 및 시험을 비롯한 고추력 액체엔진 개발, 발사체 시험 및 발사 시설·장비 개발, 발사체 체계종합 및 운용 능력 등을 확보할 것입니다. 75톤급 엔진을 우리 손으로 개발해 1.5톤의 위성을 쏘아올린다고 보면 됩니다.
인공위성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개발한 최초의 정지궤도위성인 ‘통신해양기상위성’ 발사 일정이 3∼4월께로 잡혀 있습니다. 이 위성이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로 정지궤도 기상위성을 보유한 나라가 됩니다. 기상관측시간을 30분에서 8분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됩니다. 주 역할은 독자적인 기상관측과 한반도 주변의 해양환경을 실시간 관측입니다.
12월에는 전천후 지구관측이 가능한 ‘아리랑 5호’를 발사합니다.
-올해 항우연은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한해가 될 것으로 봅니다. 그만큼 챙길 것도 많을텐데, 새해 경영방침에 대해 한마디 하신다면.
▲오는 2014년까지의 항공우주 중기계획과 2018년까지의 장기계획은 지난해 수립했습니다. 올해는 2030년까지의 비전을 만들어 선포할 예정입니다. 10년내 세계 7대 우주 선진국에 진입한뒤 오는 2030년께는 우주기술 자립화를 완성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을 따라가는 단계에서 벗어나 항공우주기술 핵심기술을 자립화하기 위한 산학연 연계를 더욱 다져야 합니다. 학연 연구체제 강화는 물론 기업과의 공동설계팀을 구성해 기술전수와 교류를 활성화해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바탕을 위해 조직체계를 좀 더 효율적으로 정비할 것입니다. 우수한 전문인력 확보도 시급합니다.
연구원들이 즐겁고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복지향상과 근무여건 개선에도 힘쓸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복지가 될 수 있도록 직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습니다. 연구원들이 바쁜 가운데서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과 연가 프로그램의 기회도 확대합니다.
-우주분야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봅니다. 출연연이 핵심기술은 쥐고 있지만 과감한 민간 이양과 기술개발을 통해 산업육성을 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원자력발전소와 원자로 수출과 같은 플랜트 수출을 올해 항공우주 분야에서 기대해도 좋을까요.
▲항우연이 습득한 우주기술이 점차 민간으로 적극 이양될 것입니다. 우선 본 사업을 시작하는 다목적실용위성 3A호의 본체개발을 민간이 주도하도록 했습니다. 민간이 위성을 개발하는 첫 사례가 되는 겁니다.
그동안 실용급 위성 개발은 정부가 주도해 왔지만 이제는 본체 개발과 제조 기술이 민간에 이전돼 우주기술의 저변이 넓어졌습니다. 우주분야 산업화가 촉진되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어 정부의 우주개발사업 실천로드맵에 따라 오는 2016년부터는 표준화된 실용위성 개발은 산업체에서 주관하게 될 것입니다. 실용급 위성의 상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입니다. 탑재체는 2018년부터 민간으로 이양할 것입니다.
수출과 관련해서 ‘위성영상’이 당장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아리랑 1호’ 에 이어 ‘ 아리랑 2호’가 촬영한 위성영상을 세계시장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아리랑 5’와 ‘아리랑 3호’ 가 발사되면 위성영상 수출이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봅니다.
지난해 12월 위성영상 직수출을 위해 KOTRA와 양해각서도 교환했습니다.
우주개발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지상 장비들이 필요한데 항우연은 이미 플랜트부터 엔지니어링 서비스까지 수출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위성 수출과 관련해서 지난해 전담조직을 만들어 남미·중동국가 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추진했습니다. 현재 첨단위성시장은 우주선진국들이 독점하고 있지만 관계부처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대응해 나가면 1∼2년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입니다.
-우주개발이 현안으로 부각되다보니, 항우연의 주력사업 전체가 우주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 무인기 등 항공분야 기술 개발도 상당히 진척돼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아무래도 먼 선진국 얘기처럼 들렸던 우주개발 분야의 사업들이 국내에서 본격 추진되고 또 성과가 쌓이면서 국민의 관심이 항공분야 보다는 우주분야에 집중돼 그런 것 같습니다.
항공분야에서도 많은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그동안 수행해 온 스마트 무인기 기술개발사업이 결실을 맺는 중요한 해입니다. 스마트무인기 1, 2호기의 풀 스케일(Full-Scale) 비행시험이 예정돼 있고, 3호기도 추가 제작할 계획입니다.
한국형헬기개발프로젝트(KHP) 개발사업에서도 올해 구성품 납품을 완료합니다. 구성품 납품이 끝나면 비행시험이 수행됩니다. 항우연은 KHP의 핵심부품 개발을 주관했습니다. 차세대 헬기 국산화의 주역 가운데 일부분을 맡고 있는 셈입니다.
항공분야 안전인증 부문도 상당한 진전이 있습니다. 올해는 한미 상호항공안전협정(BASA)수위를 소형항공기급으로 상향 조정하기 위해 미연방항공청으로부터 본격적인 기술평가도 받게 됩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 2008년 우주폭풍을 몰고왔던 한국의 우주인들 지금 어디서 뭐하나
지난 2008년 4월 대한민국을 ‘우주폭풍’속으로 몰아 넣었던 우주인 이소연 박사와 예비 우주인 고산 연구원은 현재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소연 박사와 고산 연구원은 항우연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며, 과학기술 홍보를 위한 대중 강연에 집중하고 있다. 이소연 박사는 KAIST 겸임교수도 맡고 있어 KAIST생과의 교류도 빈번한 편이다. 이소연 박사는 우주과학팀에 소속돼 우주실험 관련 연구 업무를 맡고 있다. 고산 선임연구원은 정책협력부 국제협력팀에 소속돼 우주분야 국제협력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
올해 이들 2명의 우주인은 연구와 공부에 포커스를 맞춰 활동할 예정이다. 대외활동에 할애된 시간의 50%를 투입하고 나머지 50%를 연구자·과학자로서의 역할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이소연 박사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올해 우주실험(Biomechanics,생체역학) 연구를 시작했다. 미항공우주국(NASA) 관련 기관과 공동연구도 진행한다. 지난해 국제우주대학(ISU) 교육을 4주간 받은 이 박사는 올해부터 이곳의 강사로 활동도 한다.
고산 연구원은 현재 국제우주정책 연구를 위해 미국 유학을 준비중이다. 항우연 입장에서는 다양한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유학갈 경우 관례상 항우연 소속으로 있기 어려워 후속 처리를 고민하고 있다.
◆이주진 원장은
1952년 충북 충주 출신.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존스홉킨스대 대학원에서 기계공학으로 석,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취득 후 미국에서 돌아온 그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에서 근무하며, 우주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자주 강조했다. 우주 개발에 대한 당위성을 알리는 모임도 만들었다. 당시 우리 나라 1인당 국민소득(9000달러)보다도 낮은 인도와 브라질(6000달러 수준)이 우주개발 사업에 뛰어들던 시절이다.
그즈음 국내에서도 항공산업촉진법이 통과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설립됐다. 그는 1991년 항우연으로 자리를 옮겼다. 항우연에 몸 담은 뒤엔 위성의 국산화라는 미션아래 ‘국내 최초 다목적실용위성’인 아리랑 1호 개발에 사업책임자로 참여했다.
그의 신조는 ‘성실을 바탕으로 끝까지 물고 늘어져라’다. 실험실마다 대형태극기도 내걸었다. 과정 과정마다 숱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아리랑 1호는 예상수명 3년 6개월을 훨씬 넘겨 총 8년여의 시간을 아무런 문제없이 작동해 줬다. 기대이상의 성능을 발휘한 대한민국의 ‘아리랑 위성’엔 모두 이 원장의 열정과 땀이 배어있다.
지난 2006년엔 아리랑 2호 개발 총괄사업단장을 맡았고 이후 위성기술사업단장, 위성정보연구소장 등 대한민국 인공위성과 관련된 주요 보직을 거친 뒤 2008년 12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우리 나라 우주개발 역사와 함께 머리칼이 하얗게 셌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위성개발 역사의 산 증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