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원 1명. 사무실은 대학 실험실에 달랑 책상 하나. 사업장 소재지 주소는 살고 있는 아파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이 집 한구석에 있는 주차장에서 시작된 것은 전설이 된 일화지만 실제로 이렇게 벤처기업을 시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반대로 누구나 이처럼 쉽게 벤처를 시작할 수 있다면 제2의 벤처 붐은 쉽게 일어날 수 있는지도 모른다.
포항 테크노파크에 입주한 자이벡(대표 박시우) 이야기다. 2002년 포스텍 출신 김성완 사장이 변변한 사무실도 없이 시작한 이 업체는 주식회사로 전환한 2006년 이후 3년 남짓한 기간 만에 매출 목표를 10억원으로 올려잡을 만큼 충실히 성장했다. 직원도 10명으로 늘었다.
에너지 절감 관련 차별화된 기술을 보유한 이 업체는 기술력도 뛰어나 12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면 5건의 특허를 출원 중이다. 2006년 벤처인증을 받고 벤처회사로 공식 출범한 자이벡은 지난해 ‘발전용 연료전지의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이 지식경제부 연구개발(R&D) 사업화 기업으로 선정돼 경기 기흥에 자회사 누트파이브(대표 김성완)를 설립하기도 했다.
자이벡이 이처럼 단기간에 벤처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포스코의 ‘상생협력 프로그램’ 덕분이다. 포스코는 구매·기술개발·금융 등 각 부문에 분산돼있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활동을 최근 전사차원에서 추진하기로 하고 2005년부터 운영해온 전담조직을 지난해 2월부터 회장 직속으로 전환했다. 그만큼 상생협력이 회사의 확고한 경영방침임을 보여준 것이다.
이익 나눔(Benefit Sharing) 제도를 통해 공급사와 이익을 공유하고 구매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원하거나 중소기업 발주물량을 늘려주기도 한다. 상생협력특별펀드를 통해 자금지원을 해주는가 하면 맞춤형 경영 컨설팅까지 제공해준다. 이 모든 것은 벤처기업들이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는데 큰 도움이 되는 정책들이다.
자이벡은 포스코의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적극 이용했다. 2008년 ‘중저온 배열을 이용한 발전 시스템’ 기술이 포스코 환경에너지실에 소개되면서부터 인연이 시작됐다. 기술을 검토한 포스코 측이 연구과제를 발주하면서 대기업의 연구비를 이용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포스코가 이름도 없는 벤처기업에 연구 과제를 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굴뚝에서 연기로 사라지는 폐열을 회수해 전력을 생산하는 간단한 기술을 통해 1차 연구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자이벡은 지난해 10억원 규모의 2차 연구과제를 따냈다.
이 연구과제가 성공하면 포스코는 해당 기술을 이용해 사내 모든 굴뚝에 폐열 회수 발전기를 설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업화한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자이벡으로서는 기술 판매에 따른 로열티까지 받을 수 있어 더 큰 성장을 위한 좋은 기회를 잡게 되는 셈이다.
이외에도 자이벡은 포스코의 사외위탁과제인 백연제거기술, 부생가스 청정화기술 등을 추가로 수주해 포스코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자이벡 설립자인 김성완 누트파이브 대표는 “대학과 연구소들을 자극해 공동 발전을 선도하는 연구기업이 될 것”이라며 “결국 기술지주회사가 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