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IT 강국입니다. 21세기 ‘IT 대항해 시대’에 한국과 인도가 힘을 모은다면 양국의 발전은 물론, 세계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인도 방문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준비한 라디오·인터넷 연설문의 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인도 방문을 준비하면서 인도와 협력해 상호 시너지를 높일 IT와 과학기술 등을 집중적으로 학습했다는 게 청와대 참모진들의 얘기다.
이 대통령은 또 “융·복합 추세에 따라 IT산업은 이제 모든 산업의 인프라이자, 생산요소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문화콘텐츠산업이나 금융산업 등도 IT를 기반으로 할 때 매력적인 일자리가 생겨난다. IT융합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IT가 21세기 경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잘 이해할 정도로 IT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글로벌 IT기업 CEO들과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투자 유치와도 연결됐지만 무엇보다 IT에 대한 대통령 인식이 제고될 것으로 예상됐다.
◇인도와 어떤 IT 협력=인도 순방에서 이 대통령은 각 기관별로 산발적으로 진행해온 양국의 IT 협력을 더욱 체계화하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우리가 강한 하드웨어(HW) 분야와 인도가 저력이 있는 소프트웨어(SW) 분야를 결합할 공동 프로젝트의 추진은 물론, SW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공동 교육과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패키지 SW, 아웃소싱 등이 구체적 협력 대상이다.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는 인도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 전자정부 등 각종 사회기반 인프라를 구축하는 인도 정부 프로젝트에 우리나라 시스템통합(SI) 업체들과 SW 인력들이 참여할 기회를 갖는 것이다.
인도 정부는 곧 3G 주파수 경매를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와이브로 표준을 인도가 3G 표준 중 하나로 채택한다면, 관련 장비·애플리케이션 업체의 진출이 가능하다. 인도 시장에서 노키아에 도전하는 삼성·LG 등 단말 제조업체들도 비약을 꿈꿀 수 있다. 오해석 IT특보는 “인도 IT시장은 연간 3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규모도 700억달러가 넘는다”면서 “인도와의 IT분야 포괄적 협력은 우리에게 새 시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IT외교 전면에 부상=한·인도 양국의 협력엔 우주 시대를 함께 열 로켓과 발사대 등에 대한 기초 및 응용 기술의 공동 개발이 포함됐다.
한·인도 과학기술협력센터를 통한 공동 연구와 인력 교류도 이어진다. 녹색성장·에너지 분야의 협력도 확대한다. 이 대통령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녹색성장(Green Growth) 협력을 강조하면서 저탄소·청정에너지, 재생에너지 개발과 전기차·철도 등 녹색교통, 스마트그리드의 확대, 산업 공정의 저탄소 정책 결합을 제시했다. 정부는 아랍에미레이트(UAE), 이란 등에 이을 원전 기술 협력과 원전 건설 수주도 추진한다. IT를 융합한 새 성장동력에서도 각국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자는 게 이 대통령의 구상이다.
김상협 미래기획비서관은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의장국 대표로서 전 세계가 고민하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줄 수 있는 IT·녹색성장·에너지 등의 어젠다를 제안하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앞선 인프라로 ‘IT강국’이라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글로벌 시장 공략에 한계가 있었다. 내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경제 외교에도 IT는 후 순위였다. 이 대통령의 IT대항해 시대 언급과 인도 방문을 계기로 IT가 녹색성장과 함께 비즈니스 외교의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여러 부처로 흩어져 구심점도 없는 데다 미미한 IT외교 관련 조직의 확충과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