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비즈,또 다른 코리아의 힘]<1>되돌아본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3) 소비자·생활

[그린 비즈,또 다른 코리아의 힘]<1>되돌아본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3) 소비자·생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기후변화와 녹색성장에 대한 국민 인식 수준은 높게 나타난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8월 15일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를 발표하면서부터 정부이 내놓는 정책이나 기업의 신성장동력, 기술 및 제품 등이 온통 녹색이니 그럴만도 하다. 모르는 게 이상할 정도다.

반면, 온실가스 감축의지는 부족하다. 온실가스 절감을 위해 들이는 노력에 비해 실질적으로 돌아오는 이득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산업과 환경분야를 총괄하는 지식경제부와 환경부가 저탄소 생활 문화 확산을 위해 직접 나섰다. 지경부의 그린에너지패밀리와 환경부의 그린스타트가 바로 그것. 둘다 생활 속에서 온실가스를 줄인다는 목표는 같지만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린에너지패밀리가 에너지 절감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직접적인 실천활동이라면 그린스타트는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환경을 살리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직 가야할 길은 멀지만 어떤 형태로든 저탄소 문화가 생활 속으로 들어오는 데 분명 일조했다.

<그린에너지패밀리가 떴다>

그린에너지패밀리가 떴다. 출범 7개월 만에 참여회원이 11만명으로 늘었다.

그린에너지패밀리는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이 주도하는 대표적인 에너지절약 실천 프로젝트로 기업·NGO·지자체·공공기관·국민 등 모든 주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생활 전반의 온실 가스를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에너지 절감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소개한다.

그린에너지패밀리를 통해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 프로그램으로는 △여름철 전기절약으로 어려운 이웃에 연탄을 전달하는 ‘에너지빼기- 사랑더하기+’ 캠페인 △전문 가전제품 AS 기사들이 가정을 방문, 에너지 절약방법을 지도해주는 ‘홈에너지닥터’ △일상 활동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산정해 자발적으로 상쇄방안을 실행하는 ‘탄소중립프로그램’ 등이 있다.

‘에너지빼기- 사랑더하기+’는 여름철에 에너지를 절약해 전력수요를 안정화하는 한편 아낀만큼 겨울철 소외계층에게 연탄으로 지원해주는 캠페인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다중이용시설과 대형 건물, 공공기관 등 총 8713개소가 참여해 9만1389㎿h의 전력을 절감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100억원에 달하며 이 중 4억5000만원이 인센티브로 적립돼 참여 단체 및 개인 명의로 사회복지단재단에 기부됐다.

전기 사용량 중 약 11%를 차지하는 대기전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를 절감하기 위한 ‘굿바이 대기전력 캠페인’은 에관공과 제조업체 및 유통업체, 소비자들의 참여로 이뤄진다.

에관공은 대기전력 차단을 위한 절전형 멀티탭과 스위치 끄기의 필요성을 알리고 제조업체는 대기전력절감 제품 공급 및 정보 부착, 유통업체는 관련 제품 판매코너 운영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에관공에 따르면 대기전력 절감을 위한 실천행동으로는 △잘 보이는 곳에 멀티탭 놓기 △절전형 멀티탭으로 바꾸기 △사용하지 않을 때는 멀티탭 스위치 끄기 △자기 전 멀티탭 끄는 습관 갖기 △대기전력이 낮은 고효율제품 이용하기 △제품 구매 시 에너지절약 마크 확인하기 등이 있다.

겨울철 에너지절약 캠페인인 ‘온맵시로 따뜻하게 실내온도 20도’ 는 범국민 내복입기 생활화를 통해 실내온도를 20도로 낮추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태용 에관공 이사장은 2년 연속 내복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최근의 내복 열풍을 일으키는데 한 몫 단단히 했다는 평가다. 총 800벌의 내복과 2300만원의 기부금을 받았으며 사회복지시설에 전액 기부했다.

에너지 주치의 ‘홈 에너지 닥터’는 삼성전자와 LG전자·쿠쿠홈시스 등 참여기업의 기술인력 1만명이 연간 1000만 가구를 방문, 에너지소비현황을 점검하고 지도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린스타트>

녹색 생활운동이 스타트를 끊었다. 바로 그린스타트다.

지난 2008년 8월 ‘온실가스 줄이기 국민실천 네트워크’로 출발한 그린스타트는 환경부를 주축으로 경제계와 종교단체·시민단체 등 각 분야의 37개 기관 및 단체가 참여하는 민·관 파트너십 기구다. 전국적인 확산을 위해 총 206개의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진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회장, 이재창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등이 공동 대표를 맡았다.

실천 활동은 주로 환경오염을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클린코리아는 국토 대청결 운동의 일환으로 경기도 시화호 주변 쓰레기 수거와 함께 기후변화 관련 홍보캠페인을 추진했다.

지난해 4월에 실시한 ‘기후변화주간’ 행사는 온실가스 줄이기 전국 단위의 캠페인으로 전개, 약 77만명이 참여했다.

또 공동 주택 1만3000세대의 온실가스 발생량을 진단하고 초등학생 16만명을 대상으로 감축방안을 교육하는 등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는 온실가스 진단 행사도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다.

녹색여행만들기는 여름 피서철에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국립공원·철도역사 등에서 벌이는 홍보 캠페인이다.

범정부 행사로 추진됐던 ‘녹색은 생활이다 2009 한마음 대회’는 각계 인사 및 시민 3000여명이 참여, 그린스타트 창작 동요·동화제, 온 맵시 패션쇼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온실가스 줄이기 실천약속 100만인 서명’ 행사에는 105만명이 서명에 참여,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다는 걸 확인키도 했다.

이와 함께 웅진코웨이나 롯데쇼핑 등 민간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그린스타트 홍보 및 녹색여행 만들기와 같은 실천운동도 벌였다.

환경부는 저탄소 녹색생활 실천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올해부터 ‘미 퍼스트(Me First)’ 운동을 추진한다. 기존 기후변화주간(4월)과 온실가스 진단행사, 녹색여행 만들기(7∼8월), 그린스타트 전국대회(11월)를 통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녹색생활 실천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제시, 국민이 스스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녹색생활 대백과(가칭)’도 개발·보급할 예정이다.

정부와 민간의 파트너십을 강화, 미 퍼스트 녹색생활 실천운동 분위기를 확산하고 지역네트워크와의 연계도 늘리기로 했다.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제를 강화키로 하고 녹색생활 지도자인 그린리더 1만명을 체계적으로 육성, 지역 내 실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는 구상이다.

◆녹색생활 무조건 따라하기

우리가 실생활에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겨울철인만큼 내복입기가 대세다. 그렇다면 내복입기의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될까. 생각보다 상당하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내복을 입을 경우 약 3도의 보온효과가 있다. 반면 실내온도를 1도 높이는데 7%의 에너지가 더 소비된다.

온 국민이 내복을 입고 난방온도를 3도만 낮춰도 난방에너지의 20% 이상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선진국에서도 겨울철 난방온도 기준을 20도 이하로 잡고 있다.

이는 이산화탄소 1021만톤 배출 감축, 여의도 37배 면적에 소나무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다. 돈으로 따지면 1조8000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최근 들어 겨울철 난방용품으로 전열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 전기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의 한파는 전력수요를 연일 갱신하게 하고 있다. 대기전력을 차단하는 것도 가정 내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대기전력은 리모컨 신호대기·타이머·모니터와 같이 기기 본래의 기능과 무관하게 낭비되는 전기를 말한다. 지금 이순간에도 3억대의 전자기기가 쉬지 않고 평균 3.66W의 대기전력을 소모하고 있다. 매년 한달 전기 사용량에 육박하는 가구당 306㎾h의 전력을 흘려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가정 전력소비량의 11%로 3만5000원 정도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5000억원이 대기전력으로 낭비되고 있어 85만㎾급 발전소 1기가 쓰지도 않는 대기전력을 위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대기전력을 차단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가전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멀티탭 스위치를 끄거나 절전형으로 바꾸면 된다. 최근 등장한 대기전력자동차단콘센트를 설치할 경우 신경쓰지 않아도 알아서 절약된다. 제품 구매 시 에너지절약마크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아낀 에너지로 불우한 이웃을 도울 수도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주관하는 ‘에너지 빼기-, 사랑 더하기+” 프로그램이다.

여름철 아낀 만큼 겨울철에 연탄을 필요한 이웃에게 배달하는 방식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우태희 지식경제부 에너지절약추진단장

“국민들의 에너지절약에 대한 인식은 매우 높습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최근 겨울철 전력난 덕분이죠. 문제는 에너지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에너지 절약 정책을 총괄하는 지식경제부 에너지절약추진단 우태희 단장은 에너지 절약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높다고 평가하면서도 구체적인 실천은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에너지의 58%를 사용하는 산업계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에너지의 약 40%를 사용하는 일반 국민들이 에너지 절약에 적극 동참해야 목표달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렇다.

우 단장은 가장 큰 걸림돌로 값싼 에너지를 들었다. 가격이 낮다보니 국민들이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줄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구체적인 실천방법도 잘 몰라 국민 대다수가 여전히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냉장고에 음식물을 60%만 채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데 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한 여론 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85.7%가 절약에 참여한다고 답했지만 냉장고 적정량 보관이나 비데 절전기능처럼 실질적인 참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정부가 고민하는 부분이다. 무조건 줄이는 것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다.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이를 위해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유도하고 에너지 절약교육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가전제품에 연간 전기요금을 표시해 에너지 비용이 구매 결정요인이 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에너지 다이어트’란 프로그램을 이용해 에너지 사용실태를 온라인으로 직접 점검도 하고 전국 평균과 비교해 에너지 비만도를 체크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교육과학기술부 및 시도 교육청 등 관계 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에너지절약 교육을 의무교육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추진키로 했다. 에너지 절약관련 실천이나 체험, 봉사활동을 스스로 계획·실천하는 에너지절약 체험단도 운영할 계획이다. 10명이상 초·중·고교 단위의 모임으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는 복안이다.

“가장 이상적인 저탄소 사회는 국민 모두가 기후변화와 온실가스의 영향 및 중요성을 인식하고 저탄소 생활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저탄소 국민생활의 실천은 어떤 정책목표보다도 중요합니다. 국민 모두의 생활문화로 정착돼야 할 것입니다.”

특별취재팀 주문정 팀장 green@etnews.co.kr 유창선·함봉균·최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