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데일리]파워인터뷰:김형국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그린데일리]파워인터뷰:김형국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정부로부터 녹색성장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녹색성장의 철학정립에 힘써달라는 청을 들었다. 2008년 8월 정부 국정비전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 이후, 녹색성장에 대해 줄곧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기도 했다. 한평생 책상물림으로 살아왔기에 철학 내지 발상법 정리는 상대적으로 이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세 가지 관점을 중시하기로 했다’

 -김형국 위원장의 나의 녹색성장위원회 1년 중에서-

 김형국 위원장이 건넨 A4 크기의 유인물에는 녹색성장위원회의 수장으로서 보낸 지난 일 년에 대한 소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김형국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위원장 자리를 수락하면서 △지속가능발전이론 대비 녹색성장정책의 정체 확인 △저탄소 또는 탈탄소이면서 동시에 녹색성장이어야 하는 한국적 정당성 부각 △최우선 국정과제에서 생겨날 수 있는 거품에 대한 경계를 녹색성장의 핵심 철학으로 정립했다고 한다.

 녹색성장 5개년 계획·온실가스 감축 중기목표·저탄소녹색성장 기본법 수립 등 굵직한 성과들을 만들어낸 녹색위의 수장으로서 김 위원장은 일 년 동안 이 같은 철학이 담긴 ‘녹색성장’ 비전을 전파하려고 부단히도 노력해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일 년을 미래를 위한 기본 뼈대를 잡은 한 해라고 평가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과정에서 동원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큰 비전 아래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또 그 계획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수립했습니다. 굳이 말한다면 지난 일 년은 녹색성장의 총론을 정리한 한 해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녹색성장 기반을 갖추고 사람들의 입에서 녹색성장이란 말이 회자되고 대기업이 온실가스 및 에너지감축에 앞장선 것만해도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 기업들이 녹색경영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생산·유통·소비 3단계의 경제행위만을 생각했다면 이제 각 단계의 효율을 높이고 소비이후의 폐기물처리까지 고려하는 것이죠. 기업에서 변화의 모습을 보이자 소비자들도 자연스럽게 녹색성장 개념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또 녹색위라는 기구가 다양한 부처와 기관에서 모여 이루어진 조직이지만 순식간에 업무를 파악하고 의견을 모아 실행에 옮겨나가는 것을 본 것도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 속에서도 아쉬운 점은 늘 있기 마련.

 “10년 동안 군사를 키우는 것은 단 한 번 쓰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기후변화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까지 기후변화 대책에 대해 납득을 잘못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항상 이 말을 강조합니다.”

 국가 명운이 걸린 기후변화 문제에 아직도 무관심한 사람들에 대해 일침을 가한 김 위원장은 이어서 이와 반대로 녹색거품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생각보다 심한 부작용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광풍이 불었던 태양광발전분야나 녹색이란 단어가 아무 상관도 없는 제품에 무차별적으로 붙어 나오는 등 녹색의 의미가 왜곡된 사례들은 거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전인미답의 길을 가는 중간에 이 정도의 거품은 달리 생각하면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녹색성장을 마치 정부와 민간의 대립구도로 도식화시키는 일부 언론에 아쉬움도 나타냈다.

 “신문지면을 통해 소개된 기고나 강연내용이 독립·중립성이 담보되는 지면에 담기지 않고 항상 정부 측 의견란에 게재되곤 합니다. 이렇게 되면 논점의 진정성이 약화됩니다. 또 강연의 장이 새로운 배움에 대한 열의의 현장이 아니라 종종 행사용으로 구색 잡혀 본질이 왜곡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성과와 아쉬움을 경험으로 녹색위는 올해 더욱 세부적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한해가 총론쓰기였으니 올해는 각론을 쓰는 한해라고 하면 좋을까. 녹색위는 새해 벽두부터 에너지목표관리제도 시범사업을 위해 산업체들이 감축해야 하는 목표치 산정과 건축물 부분에서 에너지효율을 높여나가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교통 부문에서는 철도나 선박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운송수단을 이용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런 업무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화물차가 지방에서 서울로 돌아갈 때 빈차로 가는 것이 낭비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현재 운행 중인 화물차의 운행을 70% 수준으로 줄이면 빈차로 장거리 운행을 하는 차량은 줄어들겠죠. 그런데 화물차의 운행을 줄이면 에너지효율 측면에서는 좋을지 몰라도 나머지 30%의 화물차 운전자는 어디로 갑니까.”

 효율성과 형평성 사이의 저울질은 언제나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김 위원장이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큰 지상과제 앞에서도 이런 문제는 예외가 아니다.

 “온실가스 감축은 인벤토리를 구축한 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소기업에 과중한 부담이 가지 않도록 우선 대기업에서 성과가 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일단 베이스라인을 파악하는 단계이지만 기업의 여건과 업종의 특성을 모두 고려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온실가스 업무를 수행하는 주무부처를 선정하는 일도 쉽게 결정이 나지 않고 있다. 온실가스배출량은 결국 그 기업의 생산량을 나타내기 때문에 지식경제부와 환경부가 우선권을 주장하며 주무부처를 자처하고 있다.

 “양 부처 간의 주장도 사실 다 일리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주장이 조정되고 통합되지 못한다는 것이죠. 이른 시일 내에 시행령이 붙어야 하는데 당장 결정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사견이지만 계속 이렇게 조율이 안 된다면 기후변화센터같은 제3의 스테이션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있습니다.”

 녹색위는 1∼2월 안에 온실가스감축업무의 주관부처 선정을 비롯한 시행령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녹색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계획 수립에도 한창이다.

 “녹색일자리는 녹색성장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일자리 창출을 하려면 산업이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결국 산업 전략이 중요합니다. 그 다음 녹색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관건입니다.”

 녹색위는 올해 중순까지 녹색일자리 워크넷을 구축해 녹색일자리에 대한 정확한 수요 파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인력이 필요한 분야와 일자리가 필요한 구직자의 매칭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녹색위가 녹색관련 연구개발(R&D) 사업을 선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녹색 R&D 발굴에도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기존 연구와 유사한 것이 많아서 제목만 보고 발굴되지 않은 아이템들이 많습니다. 올해부터는 녹색위가 법으로 투자방향을 설정하도록 근거를 마련했기 때문에 녹색기술만 따로 뽑아서 세심하게 판단해 부처별로 편성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김 위원장은 녹색 R&D에 대한 지원을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히면서도 한 가지 당부를 잊지 않았다.

 “지원 자금이 늘어난다고 해서 눈먼 돈을 가져가는 식은 안 됩니다. 녹색위 안에 R&D 분석 전담 부서를 만들어 예산 낭비를 막을 겁니다. 한정된 재원으로 지원되기 때문에 결국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형국 위원장은

 김형국 위원장은 1942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마산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1970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UCLA에서 도시계획학 석사, UC버클리에서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5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직을 맡은 뒤로 동 대학원의 학장자리까지 올랐다.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당시 수도이전에 대한 위헌판결을 받는 데 필요한 인맥을 연결해 주면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월 2008년부터 수행해오던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위원장에서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으로 보직변경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녹색위 위원장자리를 수락한 이유를 대학에서 정년 퇴직한 백수에게 일자리는 복에 넘치는 행운이라 생각하고, 익힌 바가 있으면 세상에 나가서 봉사해야 한다는 옛 선비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수락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문화예술에도 조예가 깊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초대 집행위원장을 맡고 KBS 교향악단 자문위원을 맡는 등 클래식음악에 조예가 깊다. 장욱진미술문화재단의 이사로 재직하면서 서양화가 장욱진의 전기 ‘장욱진-모더니스트 민화장’은 물론이고 평소 관심이 깊은 활쏘기를 주제로 한 ‘활을 쏘다’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녹색성장위원회 2010년 주요업무

 녹색위는 올해 녹색일자리 창출과 녹색 R&D사업 선정, 스마트그리드 특별법 제정 등의 업무를 주도해 나갈 예정이다. 일자리의 녹색화에 따른 전환교육, 녹색자격체제를 위한 제도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새롭게 일어나고 있는 녹색산업분야에 핵심 고급인력 공급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름에 따라 2012년까지 1조1000억원을 투입해 10만명 이상의 고급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5년간 107조원을 투자해 고급인력을 비롯한 녹색산업 전 분야에 150만명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고급인력 양성에 주력하면서 다양한 수준의 인력을 개발하기 위해 전문실업계 고등학교에 녹색교육·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교과부와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녹색위는 또 올해부터 녹색 관련 R&D를 직접 선정해 투자와 지원을 해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효율적인 R&D체계의 구축을 위해 2012년까지 2조8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스마트그리드와 관련해서는 올해 말까지 ‘지능형전력망 구축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시급한 과제다. 법령이 나와야 스마트그리드 사업 활성화에 대한 근거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 세부적인 스마트그리드 로드맵을 확정하고 제주도 실증단지내 인프라 구축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에너지저장·양방향 전력전송·보안 등의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IT·전력·가전 등 이종 기술 간 상호 호환성 확보를 위한 스마트그리드 표준화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예정이다.

 녹색위는 이와 함께 민간부분에서 보다 세부적인 녹색성장방안을 수립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음식물 쓰레기줄이기, 자전거 보급 확대 등 구체적인 녹색생활 실천아이템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온실가스 절감 잠재량이 큰 생활부분의 변화를 주도해 나가기로 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