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2010] 대기업- 통합LG텔레콤

[Vision 2010] 대기업- 통합LG텔레콤

▲사업전략

새해 1월 출범한 통합LG텔레콤은 급변하는 통신시장에서 변화를 주도한다는 각오다. 그 변화의 주도는 ‘탈(脫) 통신’으로부터 시작된다. 통신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통신이라는 틀을 깨고 새로운 통신 장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는 게 통합LG텔레콤의 설명이다.

새로운 ‘탈 통신’의 변화는 통합LG텔레콤이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는 경쟁사보다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이미 통합LG텔레콤는 20여 개의 ‘탈통신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으며, 이를 추진할 등대 역할의 조직을 만들고 모든 분야 직원이 골고루 참여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2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신성장 동력 사업 발굴을 위한 과제를 선정하고 올해 안으로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는 통신과 이종산업 간의 컨버전스, 유무선 컨버전스, 통신과 솔루션의 컨버전스 등으로 IT와 기업의 경영접목, 의료와의 접목, 인간의 감성과 IT를 접목한다든지 등의 다양한 형태의 시도를 통해 ICT 산업 전체가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모든 생각의 원천을 고객에 두고 고객 하나하나의 잠재적인 가치를 일깨워 주는 바로, 고객맞춤형 가치제공자가 되자는 게 통합LG텔레콤의 목표다.

이에 통합LG텔레콤은 올해의 비전을 ‘퍼스널 밸류 프로바이더’(PVP·Personal Value Provider)로 정했다. 이는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꼭 맞는 ‘스마트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창조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것이다.

통합 LG텔레콤은 단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천편일률적인 통신상품을 뛰어넘어 숨겨진 고객가치를 찾아주고, 그로 인한 무형의 큰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PVP로 거듭난다.

이를 위해 조직 역시 고객 중심으로 개편했다. 조직개편의 주안점은 △기존 LG 통신3사의 상품 또는 서비스 위주의 조직을 철저하게 고객 중심으로 전환하는 한편, △3사 임직원의 교차배치를 통해 유무선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효율적 실행이 가능한 조직문화가 조기에 정착되도록 하는 데 두고 있다.

특히 ‘탈통신’을 추진하기 위해 전략조정실 내에 탈통신 프로젝트를 담당할 ‘등대’ 역할을 만들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통합LG텔레콤은 타 산업과 동반 성장하며 신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조직과 프로세스를 구축한다.

신규 사업의 기획은 사내 모든 분야의 직원들이 골고루 참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보다 다양한 시각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모아질 수 있도록 한다. 등대조직에서는 프로젝트 관리를 중점적으로 하고, 실제 사업추진은 해당 부서별로 담당해서 실행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탈통신’은 통신 본연의 역량을 강화함과 동시에 통신을 수단으로 기존 대비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과 연계, 시장의 파이를 키워 수익을 함께 하는 전략이다. 단순히 타 산업에 진출해 수익을 확보하고 경쟁을 심화시키는 일반적인 ‘확장 전략’과는 차별화된다.

등대조직 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적으로 혁신업무 추진을 위해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팀’을 신설, 각종 업무의 프로세스 혁신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많은 재원이 소요되는 신규 사업 추진으로 인해 재무구조 건전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회사 업무 프로세스 전체에 대한 혁신을 통해 통합의 시니지를 제고할 계획이다. 여기서 절감된 비용을 신규 사업의 재원으로 활용, 비용 절감 및 신규 사업 추진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재무 건전성을 담보하면서도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한다.

탈통신의 성공적인 추진을 통해 통합LG텔레콤은 우리나라 ICT산업의 일대 부흥기를 만든다는 각오다.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솔루션이 사업자로부터 분리되면서 새로운 벤처붐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모바일인터넷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는 ‘오즈’(OZ)가 수많은 벤처회사와의 협력을 통해 탄생한 서비스인 것처럼, 탈통신 프로젝트 추진으로 인해 벤처 회사들과의 협력은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는 게 통합LG텔레콤의 설명이다.

또한 기업이나 중소 비즈니스 업무에 통신과 IT를 접목하는 등 새로운 통신 장르가 탄생하고, 스마트그리드, u시티 등 국민복리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 개발도 촉진해 향후 IT산업의 생태계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철 부회장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것 같은 편안함이 있습니다. 물론 환경은 다르지만. 막연하게 느끼던 향수가 실현됐달까. 마음은 좋은데, 마냥 푸근하지만은 않아요. 불안하면서 희망도 있는, 그런 복합적인 마음입니다. 내 마음은 사실 좋습니다.”

돌아온 CEO, 이상철 통합LG텔레콤 부회장은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로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 끝에는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탈 통신이라면 자신있습니다.”

탈 통신을 하려면 기득권을 포기해야하는데, 그렇다면 3위 사업자인 통합LG텔레콤이 제일 유리하다는 게 이상철 부회장의 말이다.

“예컨대, 기존 유·무선 사업에서 들어오던 수익을 과감히 버릴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가능합니다. 1·2위 사업자는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오히려 3위 사업자이 때문에 탈 통신에는 유리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당장 탈 통신을 위해서는 제조업체나 SI사업자들과 경쟁을 해야한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통신회사는 인프라가 있다”며 “제조회사는 매번 고객한테 어필해서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해야 하지만, 통신사는 4500만 고객을 가지고 있어 우리가 움직이면 뭔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부회장은 LG그룹 계열사들과 ‘밀월 관계’를 기대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우리는 LG와 똑같이 삼성과도 협력할 것”이라며 “LG가 가지고 있는 힘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의존도는 그리 높지는 않을 것”이고 말했다.

현재 통합LG텔레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현안인 ‘주파수 할당’ 문제와 관련해 이 부회장은 “이번 주파수 문제는 그 해결책이 의외로 간단하다”며 “앞으로는 무선데이터 수요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무선데이터를 잘 쓰는 사업자에 (주파수를) 더 많이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LG텔레콤의 이른바 ‘LTE 고집’ 때문에 주파수 배분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와이브로가 기본 솔루션이 아니라 틈새 솔루션으로 들어온 것이다”며 “따라서 투자비나 요금 등 재고해야할 요소가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또 이 부회장은 “LG도 필요하면 와이브로 써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통 3사가 와이브로 인프라를 다 까는 건 좀 무리”라며 “쓰는 사람은 10명인데, 50명이 쓸 인프라를 깔 필요는 없잖느냐”고 반문해 효율적인 투자를 강조했다.

NHN과 같은 포털에 대한 무임승차론에 대해서는 “포털은 통신 사업자의 트래픽은 유발시키면서 상호접속료를 내지 않아 이에 대한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봉이 김선달 강물 팔아먹는 것과 같아, 강물 좀 마시라고 뒀더니 그걸 팔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망사업자가 ‘탈통신’과 같은 신사업을 통해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내야 한다는 게 이 부회장의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요즘 통합LG텔레콤의 새로운 사명을 뭘로 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인들에게도 물어보고 내부 공모도 해보고 있으나 맘에 드는 사명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이 부회장의 토로다. 하지만 사명에서 ‘텔레콤’이라는 글자를 빼고도 멋진 이름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렵게 통합한 3콤인 만큼 한곳에 함께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시너지를 내보자는 취지에서 새로운 사옥도 찾아보고 있다고 이 부회장은 덧붙혔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