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에서 생성된 냉중성자가 진공 유리관을 타고 수십 미터 떨어진 전용 연구 장치까지 이동하게 됩니다.”
반짝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일,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앙명승) 내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시설 내부는 막바지 공사로 분주했다. 하나로 원자로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복잡한 거대 연구설비와 냉중성자 수송관이 연결됐다.
중성자 등 기초과학 연구는 물론 자동차용 실리콘 반도체, 암 진단 등에 필수적인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까지 모두 책임지는 하나로의 거대한 위용이 한 눈에 들어왔다.
최근 하나로는 지난 1995년 첫 임계에 도달한 지 15년 만에 연구용 원자로가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100% 갖췄다. 지난해 말 ‘냉중성자 생산시설(CNRF)’과 ‘핵연료노내조사시험설비(FTL)’를 완공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수준의 다목적 연구로로 우뚝 선 것이다.
냉중성자는 하나로에서 만들어진 에너지가 높은 열중성자를 섭씨 259도의 액체 수소를 이용해 극저온화한 것이다. 열중성자보다 에너지는 낮고 파장이 길어 나노·바이온 연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도구로 유용하게 활용된다.
원자력연은 지난 2003년 냉중성자 실험시설 구축에 착수, 최근 국내 최초로 초당 단위면적(㎠)당 1억개의 냉중성자를 방출하는 데 첫 성공했다. 하나로가 생산한 냉중성자의 품질은 중성자속(1㎠의 면적을 매초 통과하는 중성자의 수) 등을 기준으로 프랑스·독일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이날 현장 작업은 하나로에서 생산된 냉중성자를 실어 나르는 진공 유리관에 연결된 다양한 연구 목적의 ‘냉중성자 산란장치’를 오는 4월까지 완벽하게 마무리짓기 위한 것이다. 향후 최대 7기의 냉중성자 산란장치가 구축될 예정이다.
임인철 원자력연 하나로운영부장은 냉중성자 이동을 위한 유리관을 가리키며 “냉중성자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수십 미터씩 이동이 필요한데 이 같은 유리관 설치 기술도 세계적인 것이어서 수출 전망도 밝다”고 설명했다.
핵연료 FTL도 하나로를 세계 최고의 연구로로 자리매김시킨 일등 공신이다. 이 장치는 연구용 원자로 내부에 원자력 발전소와 동일한 온도(350도)와 압력(175기압) 등 완전히 동일한 환경을 구현함으로써 핵연료의 종합적 성능을 미리 확인하는 실증 시험 설비다. 설계부터 완공까지 약 10여년이 소요될 만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소에 사용하기 위해 신규로 개발되는 핵연료는 연소도와 사용 후 안전성 등을 상용 원전 장착 이전에 미리 실증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그동안 마땅한 국내 설비가 없어 국내에서 개발한 신형 핵연료의 성능 검증을 해외 시설에 의존해 왔었다.
김영기 연구로설계부장은 “하나로는 중성자빔 이용 물질 구조 연구 등 연구 목적 외에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과 중성자 도핑을 통한 고품질 실리콘 반도체 생산 등에 다양하게 활용됐다”며 “이번 시설 완비로 세계 최고, 최신 시설을 구비한 연구로로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됐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