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2010] 전문·벤처기업

 “소기업이 중소기업을 거쳐 중견기업으로, 더 나아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연초 무역협회가 개최한 ‘신성장 궤도 진입전략’ 주제강연에서 한 말이다.

 한국 경제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 과제로 경제의 ‘허리(중견·벤처기업)’를 튼튼하게 만든다는 것을 꼽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중견벤처기업이 든든히 버텨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금으로서는 수적으로나 규모면에게 크게 부족하다. 지경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견기업 비중은 0.2%로 미국 2.4%와 일본 1.0%에 비해 많이 뒤처진다.

 약한 허리는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심각한 경쟁 한계로 다가온다. 중견벤처는 자체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동시에 대기업들이 세계 유일의 기술과 제품을 만들고 생산하는데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 대기업의 한계를 중소기업과 함께 이들 규모를 갖춘 중견벤처기업이 극복해야 한다.

 분위기는 좋다. 정부도 심각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다. 우리가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이들 중견벤처기업 몫이 크다는 것을 깨닳은 것이다. 정부는 이들 중견벤처기업이 글로벌 수준의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인력에서부터 기술·판로·생산성에 대한 개선책을 준비중이다. 대표적으로 인력난 해소를 위해 출연연 연구인력 파견을 추진한다. 이들이 중소·벤처기업에서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 중장기 연구개발(R&D) 지원, 현장밀착지원 시스템 구축 그리고 글로벌 마케팅 집중지원과 해외 특허분쟁 대응 지원, 생산성 획기적 제고 등 다양한 지원책을 준비중이다.

 글로벌 강소기업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중소기업청이 마련한 것으로 기술력을 갖추고 연구개발(R&D) 비율이 3% 이상인 기업 가운데 이미 수출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인 곳이 대상이다. 이들 기업에 대해 정부는 R&D 및 해외 마케팅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중견기업들이 재도약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벤처기업협회가 지원하는 ‘글로벌중견벤처포럼’이 대표적으로 이달 21일 출범했다. 이들은 매달 한 차례 이상 정기모임을 갖고 중견벤처로서의 애로·개선 사항을 논의해 정부에 건의하고 해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중견벤처기업은 올해와 같은 경기 회복기 대기업보다 기회 요인이 많다. 경기 회복기에는 산업 지도가 크게 바뀐다. 그 과정에서 중견기업들이 치고 나올 수 있다. 경기회복기 고객 소비행태가 크게 바뀌기 때문이다. 자산 디플레이션을 겪은 소비자들은 구매에 신중을 기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주목한다. 가격은 저렴하고 대신 효용이 큰 제품이 히트를 친다. 기업간거래(B2B) 거래에서도 마찬가지다. 경기불황을 겪으면서 기업들은 보다 저렴하고 효율이 뛰어난 제품을 찾는다. 과거에는 거래선 바꾸는 것을 꺼리던 세계적인 기업들이 다시 중소·중견기업에게 문호를 여는 이유다.

 산업 변화도 중견벤처기업에는 희망적 소식이다. 산업의 녹색화뿐만 아니라 기술과 산업의 융복합화가 날로 심화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적으로 창출된다. 대기업으로서는 그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다. 상대적으로 조직이 가벼운 중견·벤처기업으로서는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신성장동력산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지경부 신성장동력 예산을 지난해 1조4100억원에서 올해는 1조6500억원으로 비교적 큰 폭 늘었다. 신성장동력펀드도 올해 8500억원까지 늘었다.

 한국 중견·벤처기업의 가능성의 예로 경영성과를 든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2008년 기준 벤처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이하 제조업 기준)은 19.3%로 대기업(22.0%)과 중소기업(18.1%)의 중간이었지만 영업이익률은 7.3%로 중소기업(4.8%)뿐만 아니라 대기업(6.6%)에 비해서도 높았다.

 올해 우리나라는 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선진 일류국가 도약이 기대된다. 중견벤처기업들도 새롭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본격 뛰어나갈 채비다.

◆‘2010년은 창조경제 원년.’

 미국발 경기침체를 극복한 올해 산업계에 큰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창의·창조성’을 지닌 기업이 주도할 것이란 예상이다.

 창조경제는 지식경제에서 한단계 진화한 고객 중심의 개념이다. 그래서 대량생산으로 대변되는 생산·지식경제와는 차별화된다. 개인(소비자)의 의견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이를 개별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그래서 창의성을 바탕으로 순발력을 발휘하는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낸다.

 판매자와 소비자간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 통로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 배경이다. 고객은 제품 사용 후 불만사항에 대해 언제나 지적할 준비가 돼 있다. 그리고 그 불만이 제대로 수용·반영되지 않으면 바로 공론화한다. 동시에 그 기업과 제품을 대체할 새로운 곳을 찾는다. 과거 수동적 자세에서 크게 바뀌었다.

 이런 환경 변화는 기업들에게 위기인 동시에 기회로 다가온다. 기존 기업들은 새로운 환경에 맞게 변화와 혁신을 해야 한다. 그렇치 않으면 바로 도태한다. 이들 물러나는 기업의 자리는 새로운 기업들이 차지한다. ‘벤처’ ‘1인 창조기업’들이 주목받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 2기 벤처기업 육성대책을 내놓았다.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창업을 촉진한다는 취지다. 창조경제시대를 이끌어갈 기업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창조경제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여러 과제도 남아 있다. 기업은 고객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채널을 늘려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들어온 의견을 반영, 기술 및 서비스를 개선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체제도 요구된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기업은 핵심기술에만 전념하고 비핵심 분야는 외부에서 수혈하는 시스템이다. 이미 해외 선진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기술급변시대에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다.

 정부도 창조경제시대에 맞는 정책과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개인과 기업의 창조성을 장려하고 이것이 다양한 형태로 결실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인의 아이디어라도 창조성이 뛰어나다면 성공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컨설팅에서부터 자금 및 상품화지원 등을 위한 장치가 구비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창조경제시대에 강점을 지닌 IT인프라를 갖췄다. 전세계 주요 기업들이 한국을 부러워하는 이유다. 기업들의 변화 노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과 지원은 창조경제시대가 본격 도래하는 올해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뛰어오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