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O필름 국산화, 日 아성 넘는 초석으로”

“ITO필름 국산화, 日 아성 넘는 초석으로”

 “벤처 기업으로 시작해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죠. 창업할 때의 ‘초심’을 잊는 경영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디지텍시스템스는 이런 과오를 범하지 않고 3년 안에 매출 5000억원대 중견 기업으로 성장할 겁니다.”

 이환용 디지텍시스템스 사장(47)은 창업 10주년을 맞아 올해를 ‘제2 창업의 해’로 선포하고 긴장의 끈을 다시 바짝 조였다. 터치스크린 모듈 전문업체로서 매출 1000억원 이상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디지텍시스템스의 5대 과제인 △위기경영 △기술혁신 △품질혁신 △인재 양성 △고객 중심을 내걸고 임직원들을 다독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정전용량 방식 터치스크린 업체 간 무한 경쟁이 예고된다.

 “올해 터치스크린 패널이 휴대폰에 잇따라 적용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많은 모듈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수익성은 더 감소할 겁니다. 소재를 내재화해 재료 비용을 줄이거나 공정 중 핵심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겠죠. 그래서 더욱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디지텍시스템스는 최근 터치스크린 모듈에서 가장 큰 원가 비중을 차지하는 ITO(indium tin oxide)필름을 국내업체 중 유일하게 내재화하는 데 성공했다. ITO필름은 니토덴코라는 일본 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던 소재로 가격이 비싸도 ‘울며 겨자먹기’로 살 수밖에 없던 품목이었다. ITO필름 내재화를 통해 디지텍시스템스는 경쟁업체 대비 높은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아직 일본산 제품의 아성을 넘기 위해 가야할 길이 멀다. 터치스크린에 적용되는 2장의 ITO필름 중 하판은 국산화에 성공했으나 높은 민감도가 요구되는 상판은 아직 니토덴코의 제품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가 생산한 ITO필름이 내비게이션은 물론이고 휴대폰에도 일부 적용되고 있습니다. 상판 ITO필름은 보호 유리 밑에 증착되기 때문에 높은 민감도가 요구됩니다. 올해 안에 품질 향상을 통해 상판 ITO필름의 국산화에도 성공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사장이 최근 관심을 기울이는 또 다른 분야가 인재 양성이다.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모든 업무를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또 연구개발, 생산 등 분야에서 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사실 업계 전체에서 터치스크린 전문가라고 부를 만한 인력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사람을 키울 수밖에 없는거죠. 열정을 가진 사람을 전문가로 키울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