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그린카 방향 `특화`로 기어변속

 ‘호남은 근거리, 충남은 중거리, 동남권은 하이브리드카?’

 그동안 과열됐던 각 지자체의 친환경 자동차(그린카)산업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특화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26일 관련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차세대 성장동력인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자동차 산업 육성에 뛰어든 호남·충남·울산 등의 지자체들의 특화 분야가 호남은 시속 60㎞이하인 근거리 전기자동차, 충남은 시속 80∼100㎞ 수준의 중거리전기자동차, 울산과 대구·경북은 내연기관 엔진에다 전기모터 힘을 더한 방식인 하이브리드카로 굳어지고 있다.

 이는 각 지자체들이 중복·과열 경쟁을 해서는 차별화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각 지역 산·학·연의 협의 및 지역여건 분석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 지자체들은 특화 분야의 주도권을 계속 지켜가기 위해 연구·개발(R&D) 과제 수주와 기업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광주와 전남, 전북 등 호남지자체들은 광역경제권선도산업 차원에서 근거리 전기자동차 및 농업용 전기자동차를 특화 육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12년까지 400억원을 투입해 전기자동차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호남지역 근거리전기자동차 산업은 전자부품연구원 광주지역본부를 중심으로 탑알앤디(자동차시스템), 뉴모텍(구동모터), 아이비티·세방전지(배터리), 승인정공(동력전달), 시그넷시스템(충전기) 등이 주도하고 있다. 또 농업용전기자동차는 파루 , LS엠트론, 썬테크발전기, 코캄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연구소 및 기업들은 호남광역경제권선도산업 및 지역전략기술 개발과제를 통해 기존 엔진을 대체하는 핵심부품을 공동 개발·생산하고 있다.

 충남은 그린카 육성을 위해 오는 2020년까지 4100억원을 투입하는 4단계 장기계획을 세워놨다. 오는 2012년말 홍성·예산에 들어설 도청신도시 산업시설 부지에 친환경 전기자동차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도청신도시에는 온라인 전기버스를 보급한다는 복안이다. 또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233억원을 들여 시속 80㎞ 수준의 중거리 이동용 전기자동차를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2018년까지 다용도 및 다목적용 전기자동차를 상용화한 뒤 2020년까지 그린카 클러스터를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충남은 자동차부품연구원을 비롯해 전기자동차 양산체계를 갖춘 CT&T, 기아·현대 등 완성차 기업, 600여개에 달한 자동차 부품기업 등이 몰려 있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2012년까지 전기자동차 산업 육성을 주도할 재단법인 형태의 ‘그린카진흥원’(가칭)도 설립할 예정이다.

 울산은 국내 최대 자동차 생산기반을 활용해 글로벌 친환경 자동차의 메카로 도약하기 위한 그린카 프로젝트 추진에 착수했다. 울산은 당분간 현대·기아차가 출시한 친환경차자동차인 하이브리드카를 중심으로 국내 전기자동차 산업을 주도권을 잡아나간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독일 보쉬와 삼성SDI가 울산에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 양산체제를 갖추는 등 대기업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울산은 친환경 자동차 산업 육성을 위해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울산의 14개 업체와 5개 자동차 관련 연구소가 참여한 ‘그린 전기차 포럼’도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포럼은 전기자동차산업 육성 및 지원정책 연구, 전문가 초청강연회, 회원상호 간 정보교류, 전기자동차관련 기술개발 지원, 정부정책수립 의견수렴 등의 역할을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난해부터 대경권 발전 5개년 계획의 하나로 고효율 그린 카 부품소재개발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시·도연계사업으로 추진 중인 이 사업은 올해부터 오는 2012년까지 3년간 총 180억 원을 투입해 하이브리드카 부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원장 권영각)은 최근 대구기계부품연구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대구테크노파크 나노부품실용화센터, 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 IT융복합부품실용화센터 등과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기도 했다. 대구·경북지역에는 1000여 곳의 자동차 부품업체를 비롯해 씨아이에스와 휘닉스PDE·누리기술 등 리튬이온 이차전지부품소재 기업 등 풍부한 인프라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