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내 반도체 기술 유출 혐의로 한 외국계 장비 업체를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국계 장비 업체는 세계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기업으로 기소 여부 등 향후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은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이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장비 업체를 거쳐 해외로 유출됐다는 첩보를 입수,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A사를 작년 11월 말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A사 사무실에서 압수한 노트북PC·서류 등을 분석한 결과, 특허·저작권 등 보호 가치가 있는 중요 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은 압수 이후 사건과 관련된 A사 임직원들을 소환 조사 중이며 최근 입국한 전 지사장 K모씨의 출국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지난 2008년까지 A사 지사장을 맡았으며 지금 본사 소속이다.
검찰이 압수에서 발견된 다른 기업 자료도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 최근 하이닉스 관계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A는 삼성전자·하이닉스는 물론이고 전 세계 주요 반도체 제조 업체들을 주 고객사로 뒀으며 이 기업이 장비를 거래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중요 자료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1위 메모리 업체며, 국내 산업을 이끄는 핵심 기술기업이어서 이 사건의 처리가 주목된다. 핵심 자료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면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또 삼성전자는 A사의 장비 분야 최대 구매 고객으로 향후 기소 및 판결 여부에 따라 반도체 산업 내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가 유출됐는지 모르지만 검찰이 압수 수색할 정도라면 일반적인 기업 정보 수준을 넘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보유 중이던 상당 자료가 이번에 문제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수사 대상이 된 A사는 사실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윤건일·안석현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