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려운 물리이론을 애써 떠올리지 않아도 우리는 전자기장과 늘 함께 생활한다는 사실을 안다. 지구 자기장이 엄청난 에너지의 태양풍을 막아준다는 단순한 현상 하나만 생각해도 그 존재감은 공기와도 같다.
전자기장은 쓰임새에 따라 첨단 무기나 테러·범죄 방지 장치도 만들어낼 수 있다. 강력한 전자기파를 쏴 특정 지역에서 운행하는 차량·선박 등을 순식간에 정지시켜 버리는 전자기빔 장치가 조만간 선을 보인다.
캐나다 업체인 유레카에어로스페이스(www.eurekaaerospace.com)는 반경 200m내에서 운행 중인 자동차·트럭 등을 멈추게 만들 수 있는 ‘고전압전자기장시스템(HPEMS:High-Powered Electromagnetic System)’을 개발하고, 다음달 공개 시연을 갖기로 했다.
이번에 모습을 드러내는 HPEMS는 여행용 가방 크기의 전자총 형태로, 차량이나 선박·헬기·군용 차량 등에도 탑재할 수 있다.
HPEMS가 운행 중인 차량을 순식간에 꼼짝 못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결국 자동차가 움직이는 전자기계이기 때문이다. 핵심 전장부품이 차량에 탑재되기 시작한 지난 1970년대 중반 이후 생산된 차라면 대부분 가능하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HPEMS가 국소 범위로 움직이는 물체에 극초단파 전자빔을 발사하면 여기서 발생한 전자기파가 차량내 연소 및 제어시스템에 강력한 방해 전류를 발생시켜 가동을 멈추게 하는 원리다. 물론 차량 내부의 탑승자에게는 해롭지 않은 비살상무기다.
유레카는 HPEMS가 사회 안전 지킴이로 광범위하게 활용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기대한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를 도주하는 차량을 헬기에서 빔을 쏴 멈추게 하거나, 폭탄을 싣고 달려오는 차량을 미리 감지해 테러를 예방하는 수단으로도 쓰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외부 차량의 진입을 꺼리는 부유층 밀집 지역에서는 접근 경고 수단으로, 공해상 여객선이나 석유 시추선에서는 미확인 선박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다만 움직이는 상황에서 특정 차량만 정확하게 겨냥해 빔을 쏠 수 있는지는 여전히 기술적인 숙제다. 자칫하면 인근을 운행 중인 차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