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3D 산업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진원지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는 3D 산업 활성화를 둘러싸고 벌어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동안 TV 제조업체는 콘텐츠 부족을, 이와 반대로 콘텐츠 제작사는 세트 업체의 투자 부족을 3D 시장 활성화의 걸림돌로 지적해 왔다. 하지만 논쟁은 불과 몇 달 사이에 과거사가 됐다. 이제는 3D에 대한 막대한 투자와 시장창출 노력만이 요구되고 있다.
이상우 LG전자 LCD TV 상품기획팀 부장은 “3D를 향한 할리우드 영화사의 의지와 노력이 신시장을 창출하고 있다”며 “특히 아바타는 3D 산업역사에 큰 전기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바타는 올해 들어 3D 영화 제작 붐을 촉발했다. 디즈니·드림웍스 등은 앞으로 제작하는 컴퓨터 그래픽(CG) 영화를 모두 3D 입체 영화로 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영화사의 전략적 선택은 TV 업체에는 가물의 단비다. 대형 평판 TV 이후 시장 창출에 고심하던 TV 업체의 고민이 한순간에 해결된 셈이다.
◇3DTV=3DTV가 2010년 TV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벌써부터 흑백TV에서 컬러TV로, 아날로그TV에서 디지털 HDTV로의 전환을 잇는 제3의 TV혁명으로까지 불린다. 이 평가가 적중한다면 3D는 분명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게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2010년이 3DTV의 원년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영화제작사·배급사와 TV 업체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콘텐츠 업체 쪽에서는 불법복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3D 영화를 선호할 수밖에 없고, 제조사는 평균판매가격(ASP)을 유지하기 위해 프리미엄급 제품 라인업 확대가 불가피하다. 올해에는 LCD·LED TV의 가격하락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3DTV가 수익성을 받쳐 줄 효자상품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3DTV 수요는 오는 6월 월드컵 이후 다양한 3D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일반 TV에 비해 200만원가량 비쌌던 가격 역시 올해 최대 40% 정도 떨어지면서 소비자의 실감영상 시청욕구를 자극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 전망도 밝다. 지난해까지 200만대에 불과했던 전 세계 3DTV 시장규모는 오는 2013년 1600만대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3DTV 시장 규모는 올해 123만대에서 2011년 412만대, 2012년 912만대, 2013년 1597만대로 늘어나고, 2018년에는 6396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3D 영화 보급은 3DTV는 물론이고 3D블루레이 플레이어 등 AV 및 휴대형 단말기 보급 확대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3DTV뿐만 아니라 3D 타이틀, 3D 플레이어, 3DTV 안경을 포함한 3D 종합솔루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상우 LG전자 부장은 “이미 3D용 노트북, 모니터가 나와 있다”며 “앞으로 게임기, 디지털액자, 디지털카메라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분주한 TV 업체=3DTV를 둘러싼 한일전도 관전 포인트다. 삼성전자는 올해 3D 시장을 전방위적으로 공략해 200만대의 3DTV를 판매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3D LED TV는 물론이고 업계 최초로 3DTV 삼각편대(LED·LCD·PDP TV) 풀 라인업으로 ‘3DTV=삼성 LED TV’라는 공식을 확립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메이저 영화사인 드림웍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또 테크니컬러, 리얼D와 손잡고 3DTV 사업 확대를 모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방송사 및 콘텐츠 제작사와 3D와 관련해 다양한 협력을 고려 중”이라며 “올해 애니메이션과 교육, 스포츠 등 10개 이상 콘텐츠 업체로 제휴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는 3D 기능을 적용한 55인치 인피니아 LED TV, 72인치 LCD TV, 60인치 PDP TV를 비롯, 150인치 대화면 3D 프로젝터를 앞세워 시장을 파고들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해 12월 전략적 제휴를 한 스카이라이프와 협력해 국내 3D 방송시장을 선점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기업도 자존심 회복을 벼르고 있다. 소니는 미국 스포츠채널인 ESPN과 손을 잡았다. ESPN은 오는 6월 개막하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3D로 중계한다. 미식축구, 자동차 경기, 대학농구 등 경기도 3D로 촬영한다. 소니는 ESPN에 프로페셔널 HD카메라를 후원한다. 소니는 이와 함께 다큐멘터리채널인 디스커버리와 공동으로 2011년 3D 서비스를 시작한다.
파나소닉은 미국 최대 위성방송 사업자인 디렉TV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디렉TV는 오는 6월 스포츠와 영화를 중심으로 한 3D 채널을 준비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특히 영상구현 반응속도가 중요한 3D가 PDP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호기로 판단, 152인치 PDP TV를 비롯해 3D용 카메라에 대한 마케팅도 벌일 예정이다.
<실감 미디어팀>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류경동 기자, 황지혜 기자, 허정윤 기자, 박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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