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2.0시대] <1부> `코리아 신화`를 만들자 (2)성공신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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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말 벤처 설립 붐과 함께 수많은 소프트웨어(SW) 기업이 설립되고 사라졌다.

 한글과컴퓨터·안철수연구소·핸디소프트·넥슨·엔씨소프트·한게임 등이 이 시절에 설립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 넥슨과 엔씨소프트, 한게임 등 온라인 게임 시장에 뛰어든 SW 개발 회사들은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면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오픈 마켓이 활성화되고 있다. 한국 SW 개발자들은 전 세계 SW 개발자들의 경연장이 된 앱스토어에서 심심치 않게 1위 오르며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SW 개발 능력이 무한 SW 경쟁 시장인 앱스토어에서 인정받고 그대로 매출로 이어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런 모습은 국내 SW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국내 SW 기업들은 정보화 사업에만 매달려 하루하루를 연명했던 과거 사업 형태에서 탈피해야 할 때다.

 김진형 KAIST SW정책연구센터장은 “모바일 활성화와 앱스토어 등 오픈 마켓 성장으로 좋은 제품만 만들면 쉽게 팔 수 있는 개발자 르네상스가 도래했다”며 “개발자들이 신속히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면 고용창출 및 SW 산업 육성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SW 기업들은 온라인 게임 업계의 성공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게임 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NHN·넥슨·엔씨소프트·네오위즈게임즈·CJ인터넷 등 이른바 온라인게임업계 빅5의 지난해 매출이 2조5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009년 온라인게임 수출액은 1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2008년 10억9000만달러보다 50% 가까이 성장한 수치다.

 이에 비해 2008년 국산 패키지SW 수출액은 약 1억7000만달러로 추정되며 2009년 실적은 집계 중이다. SW 수출액은 온라인 게임 수출액과 비교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초라한 성적표다.

 온라인게임의 해외수출 성장세는 내년을 포함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기대돼 앞으로의 전망도 매우 밝은 상황이다. 수출 호조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엔씨소프트와 넥슨, 한게임 등은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게임 기업의 성공 요인은 바로 세계 최초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정립했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전 세계 게임 시장은 소니엔터테인먼트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EA 등 일본과 미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었다. 비디오와 아케이드 게임 시장에 뒤졌던 국내 기업들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바로 온라인 인프라를 이용한 게임이었다. 이와 함께 ‘부분 유료화’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다. 온라인 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확산하기 위해 고안해낸 것이 부분 유료화다. 처음 온라인 게임에 입문하는 사람도 부담이 없도록 무료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해줬다. 그리고 ‘아이템’ 등을 팔아 더 나은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의 수요를 만족시켰다. 이제 세계 최대 콘텐츠 기업인 디즈니도 이 모델을 받아들여 사업화하고 있다.

 국내 게임 기업들이 기존 틀에 얽매였다면 이룰 수 없는 성과였다. 변화하는 IT인프라에 맞춰 발빠르게 변신하고 집중한 결과, 산물을 얻었다.

 전 세계 SW개발자들의 경연장이 된 앱스토어에서도 성공 스토리는 이어진다. 거대 미국 게임 회사와 소프트웨어 회사는 물론이고 세계 개발자들이 포진한 앱스토어에서 SW 후진국으로 낙인 찍힌 한국의 개발자들이 기획성과 완성도 높은 콘텐츠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앱스토어에 등록한 국내 개발자 비중이 1%가 안 되지만 이들의 활약은 대단하다.

 지난해 3월 변해준씨가 개발한 ‘헤비메크’가 앱스토어 게임 유료 판매 3위에 오른 데 이어 올 초에는 최강우씨가 제작한 ‘카툰워즈 거너’도 미국 게임 앱스토어 판매 1위를 차지했다. 국내 모바일 게임 기업들도 꾸준한 진출로 해외 진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같이 한국인 개발자가 만든 게임이 애플 앱스토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홍보나 마케팅이 배제된 상황 속에서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앱스토어의 특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적인 리눅스 단체인 리눅스파운데이션 짐 젬린 회장은 “한국은 삼성·LG전자 등 하드웨어 제조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나라”라며 “한국 SW 기업은 이런 기반을 이용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