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정보화가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으면서 은행 등을 중심으로 IT조직의 인력도 상당수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조직이 복잡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복잡해진 조직 구성으로 인해 IT조직은 다른 조직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차치하더라도 IT조직 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아 문제점이 발생되기도 한다. 이는 매우 심각한 상항이다. 끊임없이 여러 부서와 협의하고 의사결정을 해 나가야 하는 IT조직으로서 내부 논의조차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야 말로 비즈니스 경쟁력은 물론 이거니와 IT경쟁력도 담보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아직 완성된 단계는 아니지만 최근 1∼2년 동안 부산은행이 도입한 ‘굿모닝 쇼’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좋은 벤치마킹 사례다. 이 제도를 도입할 때 적극적으로 나선 장창진 부산은행 CIO는 “과거 IT조직 내부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아 여러 문제점이 있었지만 이젠 어느 정도 해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업무 효율 저하=부산은행이 ‘굿모닝 쇼’를 도입한 것은 지난 2007년 11월이다. 당시 부산은행의 IT조직은 늘어나는 업무로 인해 근무시간이 길어지고 모든 것이 업무 처리 우선이다 보니 조직문화가 딱딱해지고 있었다. 또 커뮤니티나 회의체 등 각종 의사전달 체계가 양방향으로 이뤄지지 못해 각종 정보를 입수하거나 전달하는게 업무 외적인 경로로 이뤄지고 있었다. 이로 인해 정확한 조직 경영방침이나 조직 목표 등이 공유되지 못했다. 특히 업무별, 부문별, 계층별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고 업무효율 저하 및 근무 스트레스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결국 IT조직 내 인력들은 단순히 ‘일을 위한 일’만을 하고 있었던 상황이다.
장 CIO는 도저히 이런 상황에서는 조직의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은 정말 꿈같은 얘기에 불과하다고 느껴다. 장 CIO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부산우리들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접하게 됐다. 당시 부산우리들병원에 근무하는 장 CIO의 친척 중 한명이 자신들이 활동하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다.
내용은 이랬다. 우리들병원 영상의학과 직원 10여명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업무 시작전 20분 정도 시간에 아침미팅을 정기적으로 하는데 업무의 전달사항을 교육하기도 하고 회의에 참가한 구성원들이 돌아가면서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발표를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런 회의가 처음에는 귀찮고 불편했는데, 나중에는 회의가 없는 날은 오히려 서운할 정도였다는 것이 장 CIO 친척의 얘기다.
이 야기를 들은 장 CIO는 ‘바로 이것이다’라는 생각이 스쳤다고 한다. 이와 함께 장 CIO는 삼성전자 가전제품 매장인 디지털프라자에서 운영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활동도 벤치마킹했다. 이후 장 CIO는 150명에 해당되는 전체 IT직원을 대상으로 ‘굿모닝 쇼’라는 이름으로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초기 시행 착오 겪으면서 여러차례 방식 변화=2007년 11월 21일 드디어 처음으로 ‘굿모닝 쇼’가 부산은행 IT조직에 적용됐다. 적용 방식은 IT인력을 10명씩 그룹으로 나눠 주 3회씩 오전 8시 50분부터 9시까지 10분씩 아침회의를 진행하는 형태다.
그러나 초기부터 원활하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초기 한달간 자율 시행한 결과 몇 개 그룹만 제대로 실행하고 대부분의 그룹들은 적당히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구성원들 일부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시행에 혼선만 있었다. 시행된지 2개월 정도 지난 2008년 1월에는 굿모닝쇼의 모임결과를 회의록으로 남기자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지나치게 강제성을 갖게 된다는 의견으로 실행되지 못했다. 결국 처음 도입하려는 취지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2008년 6월 ‘굿모닝 쇼’ 운영에 대한 내부 홍보를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CIO가 직접 독려했다. 또 ‘굿모닝 쇼’ 활동이 우수한 그룹에게는 별도 시상식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9월에는 다수의 의견을 수렴해 미팅 요일을 월요일과 금요일, 주 2회로 조정하고 그룹 구성원을 전원 교체하기도 했다. 이후 다시 개최주기를 주 3회로 조정하고 회의 시간은 15분으로 늘리는 등 여러 차례 운영 방식을 조정한 끝에 가장 최적화된 방식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당시 주로 ‘굿모닝 쇼’를 통해 나눴던 이야기들은 개인 신상에 관한 것들부터 시사, IT, 금융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기도 했다. 당시 ‘일본전산’이라는 책을 읽고 서로 독서 토론을 한 사례가 훗날 대표적인 토론 사례로 전해지고 있다. 또 그룹 구성원간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뒤풀이 자리도 마련했다.
◇굿모닝쇼로 상호 이해하는 조직문화 갖춰=이러한 활동을 통해 부산은행은 과거의 딱딱한 조직문화에서 직원 상호간에 어려운 점 등에 대해 서로 격려하고 이해할 수 있는 조직문화로 변화될 수 있었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로 조직의 정확한 목표와 비전도 공유할 수 있게 됐고 매일 아침 대화시간을 통해 업무별, 부문별, 계층별 이해 증가와 업무효율도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쇼 리더 역할을 마친 한 초급 직원이 호프집에서 열린 분기 종료 파티에서 말한 소감 내용이 굿모닝 쇼의 효과를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이 초급 직원은 “과거에는 다른 업무계에 업무 협의를 하러 가면 좀 조심스러운 면이 많았는데 지금은 ‘박호! 무신 일이고? 이리 온나. 마, 그냥 해 주꾸마’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장 CIO는 “굿모닝 쇼로 직원 상호간에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고 서로를 더 깊히 알아가는 것에 대해 구성원들 대부분이 만족해 하고 있다”면서 “이는 좋은 직장 분위기 조성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부산은행은 약 2년여 기간동안 운영해 온 ‘굿모닝 쇼’를 통해 사람관리의 기초가 마련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는 다음 단계로 이를 고도화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