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상법 개정법이 시행되면 직접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고도 주주들이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가 도입된다. 또 주식 등 유가증권의 중앙집중예탁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식 발행기업에 대해 전자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자투표시스템도 하반기에 가동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원격지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처럼 ‘전자 주주총회’라는 새로운 풍속도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주주들이 원격지에서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주총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
주총관리시스템은 새 제도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전자적 주주총회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일 뿐만 아니라 주주총회 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경영권 방어에도 활용될 수도 있다.
◇주총 효율화와 경영권 방어의 핵심 수단=많은 기업들은 그동안 주주총회를 개최하면서 필요한 모든 프로세스를 수작업으로 진행했다. 즉, 주주에게 총회를 통지하고 의안 심의 및 투·개표 등 전 과정을 직접 수작업에 의존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몇가지 문제점들이 발생돼 왔다.
우선 물리적이거나 지리적인 이유로 다수의 주주들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로 인해 주주총회가 다수의 주주를 대변하는 자리이기 보다는 몇몇 주주의 목소리로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짓는 자리로 변질되는 상황이 발생되기도 했다. 특히 이런 과정에서 개인 주주들은 주주로서 이렇다 할 발언권 조차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주주총회를 여는 데 필요한 비용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상장회사 주주총회 백서에 따르면 개별기업들은 주주총회 비용으로 평균 1440만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일부 기업은 주주총회 비용으로 1억원 이상을 지출하기도 했다. 이런 비효율적인 운영과 비용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은 주주총회 전반의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주총관리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이 주총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배경에 주주총회 효율화와 비용절감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거나 경험한 기업들은 주주총회 이전에 우호지분을 파악해 이를 사전에 관리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주총관리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SK에너지가 과거 소버린 사태를 겪은 후 주총관리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때 경영권 분쟁을 겪어던 한 중견기업도 지난해 주총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주주총회를 하기 전에 우호지분에 대한 파악과 시뮬레이션이 필요했다”면서 “덕분에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주주총회 개최=주총관리시스템은 크게 주주관리 영역과 주주총회관리 영역으로 구분돼 있다. 주주관리 영역에는 주주명부관리, 위임장 출력, 위임활동 관리 등의 기능이 있다. 주주총회관리 영역에는 참석등록 확인, 투표용지 출력, 자동 및 수동 개표 지원 등의 기능이 있다. 기업들은 주총관리시스템을 구축하면 전자화된 주주명부를 통해 주주 및 주권에 대한 관리를 자동화 할 수 있다. 또 주주총회 전 주총위임활동을 지원해 소액 주주 및 기관투자가의 주주권을 보호할 수 있다. 고객 접촉이력관리를 통해 체계적이고 치밀한 주주관리도 가능하다.
주주총회 현장에서는 바코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참석자 확인 및 전자화된 주주명부 기반으로 투표용지를 자동으로 발급하게 된다. 앞서 주주 권한을 위임한 주주가 주주총회 현장에 참석할 경우 참석등록과 투표용지 출력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설사 투표 용지가 출력돼 투표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이중 투표로 인식돼 걸러진다. 마지막으로 주총 결과 보고서가 자동으로 출력된다.
이러한 주주총회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향후에는 주주총회가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개최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즉, 주주총회 현장이 인터넷 상에서 그대로 구현되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의결권 행사를 이사회 의결로 채택한 회사는 주주에게 관련 안내를 포함한 주주총회 소집통지를 전자우편으로 하고 의결관리기관에 주주총회 일정 및 참고자료를 송부한다.
이어 회사가 정한 전자적 의결권에 동의한 주주는 의결권관리기관의 전자적 의결권행사 전용 웹사이트에 접속해 공인인증을 통한 신원 확인을 한 후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후 자동으로 의결권 행사에 따른 개표를 실시하고 이에 대한 결과를 주주에게 전자우편을 통해 즉각적으로 통보해 준다. 해당 웹사이트에도 온라인 주주총회 결과가 게재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주주총회 관리업무를 효율화하고 현장 개최로 인해 투입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무엇보다 주총 이전에 주주의 진정성을 파악할 수 있어 우호지분을 파악할 수 있다. 이외에도 주주는 회사 정보를 간편하게 얻을 수 있어 주주간의 정보불균형이 완화되고 주총 참여와 의결권 행사가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자식 주주총회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주총회를 가상공간에서 개최 및 운영하는 데 있어 주주총회의 참석기준과 의사진행의 공정성 확보방안이 반드시 강구돼야 한다”면서 “이는 해당 기업과 IT기업, 법조계 등 관계자들이 협력을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평재 SK C&C 역량혁신본부 부장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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