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의 핵심과제인 충전 인프라 표준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충전인프라 표준화 일정이 전기차 시판 계획보다 오히려 1년 가까이 뒤쳐져 표준화 이전에 출시된 전기차의 경우 호환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지식경제부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표준화에 앞서 제주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 시험하는 스마트 트랜스포테이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에 선정된 한전과 SK에너지, GS칼텍스 3개 컨소시엄은 각각 다른 규격으로 충전소를 설치하고 내년 6월까지 장단점을 평가할 예정이다. 지경부는 3개 컨소시엄 중에서 가장 우수한 충전방식을 선택한 다음 기표원을 통해서 내년 하반기 국가표준제정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문제는 오는 4월부터 중저속 전기차(NEV)의 도로주행이 허용되고 2011년엔 고속형 전기차까지 시판된다는 점이다. 전기차는 도로 위를 돌아다니는데 정작 충전시설에 대한 국가표준이 뒤늦게 나오면 자동차 회사마다 서로 호환성이 없는 충전기를 보급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원춘건 그린카클린시티 사장은 “정부가 전기차의 조속한 확산을 바란다면 충전 인프라 표준화 일정을 느슨하게 잡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전기차 개발에 따른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정부의 충전 인프라 표준화 일정은 서두를수록 유리하다. 이미 지경부 외에 환경부, 국토부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와 관련한 연구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어떤 충전규격이 표준안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여러 부처와 기업들이 전기차 충전인프라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전기연구원 임근희 박사는 “올해 여름까지 전기차 충전표준에 대한 기본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전기차 분야에서 R&D 역량의 불필요한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는 3개 컨소시엄이 선택한 충전기술의 장단점을 충분히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며 초기 단계인 전기차 분야에서 너무 조급히 표준화를 강요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경부 전력산업과 안응수 사무관은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할 EU,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국내 충전표준을 정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많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