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한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 위기에 놓였다. RPS는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설비를 갖춘 발전회사에 일정량을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해서 공급하도록 의무량을 부과하는 제도로 2012년 시행할 예정이다.
31일 지식경제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를 규정하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계류 중이며 2월 임시국회 상정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상정되더라도 세종시법 수정안 등에 묻혀 제때 처리되지 못할 수도 있다.
주무부처인 지경부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 비율을 기존 3%에서 2%나 2.5%로 낮출 예정이지만 시행 시점인 2012년까지 불과 2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할당량을 채우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의무할당량은 발전량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가장 저렴한 풍력발전을 선택해도 발전회사당 500㎿ 이상을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풍력발전을 선도하는 한국남부발전도 30㎿를 겨우 넘긴 수준이다. 한국서부발전이 추진 중인 설비 용량 520㎿의 가로림조력발전소도 2014년에야 완공된다.
투자비도 만만치 않다. 한국남동발전은 자체 조사 결과, 2020년까지 RPS 목표인 10%를 달성하기 위해 총 6조1000억원의 투자비가 필요하지만 이는 남동발전 1년 매출액을 넘는 수준이다. 연간 투자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6000억원 수준이다.
선택할 수 있는 에너지원도 제한적이다. RPS를 위해 대부분의 발전사들이 선택하고 있는 풍력발전만 해도 인허가에만 6개월 이상이 걸린다. 주민을 설득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다른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발전실적을 사오기도 힘들다. RPS는 자체 조달을 못하면 다른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전력 생산 실적을 인증서 형태로 구입할 수 있으나 기존 사업자들은 이미 발전차액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발전사업자들이 인증서 가격이 좋으면 발전차액 지원을 포기하고 인증서 시장에 뛰어들 수 있지만 인증서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지는 미지수다.
황수성 지경부 신재생에너지과장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는 대로 시행할 계획”이라며 “RPS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의무할당량은 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책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창선·함봉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