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효능, 플라시보? 피그말리온?

황금효능, 플라시보? 피그말리온?

황금을 이용한 마케팅은 역사가 길고 다채롭다. 아랍이나 중국에서는 3500년 전부터 금을 의약품으로 활용했다. 황금으로 벽면을 도배한 노래방이 성업중이고, 황금차(茶), 황금술, 금가루 화장품, 금박마스크 등 황금상품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다.

최근에는 먹고 바르는 것과 달리 황금의 투과율을 이용한 황금욕조, 황금잔도 등장했다. 술잔에 입혀 놓으면 자외선은 흡수하고 적외선은 반사해서 술 맛이 좋아진다는 게 제조 업체의 주장.

황금잔을 판매하고 있는 쇼핑몰 SHOOP(http://shoop.co.kr) 관계자는 판매를 위해 실제 황금잔으로 술을 마셔보니 느낌도 맛도 일품이었다고 전한다. 또 황금욕조에서 목욕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피부도 고와진다는 말이 있다.

이 밖에도 황금제품을 둘러싼 뉴스는 식상할 정도로 많다. 식을 줄 모르고 더욱 뜨거워지는 황금의 인기 탓이다. 업계에서 금 상품은 그야말로 ‘우량주’다. 왜 그럴까?

누런 색의 금은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선망하는 값비싼 귀금속이다. 금의 양이 지극히 적다는 것이 첫째 이유다. 1년에 지구에서 채취되는 금의 양은 2500톤 정도다. 수요는 점점 늘고 있으니 금값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올라갈 수밖에 없다. 또,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누런 황금색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주된 이유다.

금은 다른 물질과의 화학반응이 쉽지 않아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금이 우리 몸에 들어간다고 해서 크게 화학적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몸 속에 들어가거나 접촉했을 때 독성이 있어서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황금 마케팅에서는 얇은 금박을 이용한다. 금박은 금이 쉽게 늘어나고, 펴지는 특성을 이용해서 만든다. 1g의 금으로 무료 3㎞의 금실을 뽑아낼 수 있다. 따라서 금박의 원가는 생각보다 저렴하다.

황금 상품을 제조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원가부담이 크지 않으면서 매출은 쏠쏠하니 ‘밑져야 본전’인 셈. 경쟁이 가장 치열한 화장품업계에선 대다수 업체들이 금가루가 들어간 제품을 내놓고 있다. 업체들도 금의 효능보다는 `금을 함유했다`는 사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여기까지는 황금제품의 경제학이다.

효능은 미지수. 하지만 황금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도는 한결같이 우호적이고 뜨겁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값비싸고 귀한 금을 소량이지만 몸에 바르거나 마실 수 있다고 하니 호응이 좋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 마음을 좀 더 자세히 알 순 없을까. ‘플라시보(Placebo)’의 어원은 만족시킨다 또는 즐겁게 한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다. 가짜약을 진짜라고 속여서 먹여도 효과가 나타난다는 뜻에서 위약효과라고도 한다. 이것은 타인에 의해 믿는 것이다. 실제로 플라시보는 30%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검증됐다. 황금의 효능이 있다고 소비자가 믿으면 효과가 나올 법하다.

이와 다르게 ‘피그말리온(Pygmalion) 효과’라는 것이 있다. 그리스 신화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백옥 같은 상아로 아름다운 여인상을 만들어 살아 있는 여인처럼 보살폈더니 조각상이 진짜 사람으로 변했다는 것. 이것은 스스로 믿는 것이다. 황금의 효과가 없다손 치더라도 소비자 스스로가 믿으면 효과를 보게 된다는 뜻이다.

동양에는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모저모 뜯어봐도 결국 황금마케팅은 소비자 마음에 달린 것 아닐까.

전자신문인터넷 이유경기자 ly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