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이 1일부터 입찰자의 지문을 보안토큰에 저장하는 지문 등록 업무에 들어갔다. 나라장터에 입찰하려는 사업자들의 지문을 미리 보안 토큰에 담아두면 4월 지문 전자입찰제를 강제 시행하면서 일시에 몰려드는 입찰자의 혼잡을 불편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이 제도는 USB 형태의 보안토큰에 입찰자의 공인인증서와 지문을 저장, 두 개의 데이터를 상호 비교함으로써 입찰시 입찰 참가자의 본인 여부를 확인한 경우에 한해 투찰을 허용토록 한 제도이다. 입찰자 간 인증서 대여 등을 통한 고질적인 부정대리입찰을 원천 차단하고 전자조달 계약 업무의 투명성을 높여나가기 위해 조달청이 고심 끝에 만들었다.
하지만 시행하기도 전에 지문인식 전자 입찰제는 불공정 시비로 얼룩졌다. 특정 기업이 지문 보안토큰을 거의 독점할 수 밖에 없게 끔 조달청이 불공정한 시장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실제, 지문보안토큰 공급 자격을 갖추고 2월부터 입찰자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곳은 한 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나머지 기업들은 제품을 개발중에 있어 2개월 뒤에나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특혜 의혹 근거로 조달청이 특정 기업에 의존해 이 제도를 기획함으로써 공정성을 상실했다는 주장을 폈다. 모 기업이 특허청에 2007년 9월 출원한 ‘지문 인식기를 이용한 전자입찰담합방지시스템 및 그 방법 입찰제도’를 그대로 반영했다는 주장이다. 공공 기관이 제도를 만들면서 참고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영리 기업, 그것도 제도 시행으로 당장 실익을 얻는 한 개 기업하고만 머리를 함께 맞댔다는 것이다.
조달청이 지문인식 전자입찰제 도입 관련 사업 설명회를 뒤늦게 통보하고 시행일도 오는 7월에서 4월로 3개월 앞당기는 바람에 그동안 조달청과 손발을 맞춰온 특정 기업만이 지문 보안토큰을 제때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조달청은 펄쩍 뛰었다. 조달청은 ‘적법한 행정 절차를 거쳤고 업체들에 이를 널리 홍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상당수 기업들이 지문보안토큰 공급 사업에 관심이 없다가 뒷북을 치고 있을 뿐 아니라 한 점의 의혹도 없다고 항변했다. 지문인식 전자입찰제 조기 시행 역시 ‘조달청의 의지가 아니라 감사원의 의지였다’는 점도 피력했다.
조달청의 설명 그대로 이 사태는 업계의 오해에서 비롯한 해프닝일 수 있다. 그렇지만 여러 정황을 보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그냥 넘기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도 있다. 인증서 대여를 통한 불법 전자 입찰을 차단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가 오히려 특혜 의혹을 불러오니 아이러니일 뿐이다.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正冠)’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참외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말며, 배나무 아래에선 갓을 고쳐 쓰지 말란 뜻이다. 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매거나 배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만지면 원주막에 있는 주인이 볼 때 마치 참외나 배를 서리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 불필요한 행동으로 오해를 사지 말란 것이다. 조달청이 업계를 꾸짖기보다 스스로 불필요한 행동을 보인 것은 아닌지 먼저 살펴봤으면 한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