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침체로 글로벌 휴대폰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시장의 휴대폰 판매량이 처음 2억대를 넘어섰으며 LG전자 역시 2년 연속 1억대를 넘어서며 글로벌 빅5 가운데 두 기업만 성장세를 보였다. 양사의 점유율 합계 역시 30%를 웃돌아 세계에서 판매된 휴대폰 3대 가운데 1대는 한국산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올해 승부처는 스마트폰이어서 올해 국내 업체의 선전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31일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직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휴대폰 시장 규모는 11억3190만대로 지난해 11억7730만대보다 약 4% 감소했다. 세계적인 불황 여파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명암은 업체별로 엇갈렸다. 노키아·모토로라·소니에릭슨 등 글로벌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한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만 성장세를 기록했다.
세계 1위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는 38.1%의 점유율로 선두를 지켰지만 판매량이 4억3180만대로 지난해에 비해 3660만대 가량 줄었다.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도 각각 5510만대와 5700만대로 1년 전보다 45% 가량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4.9%와 3.2% 줄어든 4.9%, 5%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사상 최초로 판매량이 2억대를 돌파한 2억2700만대를 달성해 세계 2위 자리를 지켰다. LG전자는 1억1790만대로 2년 연속 판매량 1억대를 유지하며 3위 자리를 꿰찼다. 삼성의 점유율은 지난해 16.7%에서 올해 20.1%로, LG전자 역시 8.6%에서 10.4%로 상승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선전한 것은 풀터치폰 등 소비자의 주목을 받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했고 신흥시장에서의 판매 확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KT-KTF 합병과 아이폰으로 촉발된 이통사업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이 확대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일반폰에서 국내 휴대폰 업체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빠르게 확산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국내 업체들이 약점을 보인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글로벌 휴대폰 시장이 급속도로 재편되기 때문이다.
최근 노키아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순이익 65% 증가는 이를 방증했다. 노키아의 실적 개선은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 상승에 따른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의 31%에서 지난 분기 40%로 올라섰다.
로아그룹 윤정호 수석연구원은 “노키아의 지난해 4분기 성장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태블릿PC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올해 국내 업체들은 단기적 트렌드 대응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으로 스마트폰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
국산은 `쑥쑥`, 외산은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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