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대항해 시대] <1부> 한국 경제, 벤처가 희망이다 (3)1인 창조로 여는 제2 벤처 붐

 ‘구직(求職)이 아닌 창직(創職)으로 경제 패러다임 전환.’

 미래 경제의 새로운 주체로 ‘1인 창조기업’이 부상하고 있다. 단순한 모방이 아닌 창의적인 아이디어 하나로 세상을 뒤바꿀 수 있는 주역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문화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한 ‘앱스토어’에 콘텐츠를 내놓은 사업가들은 1인 창조기업의 대표 사례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고등학생이 대박을 터뜨리는가 하면 일반인도 당당히 도전, 사업가로서 성공해 이름을 날리고 있다.

 1990년대 말 벤처 붐이 일었던 것처럼 1인 창조기업은 제2 벤처 붐의 불을 지피는 데 한몫하고 있다.

 세계 경제 환경도 산업 경제에서 창조 경제로 변화함에 따라 혼자서도 창업이 가능한 개인중심 창조 경제가 글로벌 화두다. IT의 발달은 시·공간 제약이 없는 유연한 근무를 가능하게 했으며, 기업의 아웃소싱 경영방식 증가는 1인 기업의 성장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1인 창조기업 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제품 및 서비스의 생산, 판매 등 일련의 과정을 상호보완해 수행할 수 있다. 인터넷 블로그, 커뮤니티 등을 기반으로 빠른 정보교류를 통해 소비자 기호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생활에서 체득한 아이디어, 재능, 경험이 소비자 수요를 파고든다. 1인 창조기업의 특징은 본인 선호 분야에서 자유롭게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등 직업의 자기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미국·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창의적 1인 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나이나 학력, 소속에 얽매여 성공을 꿈꾸던 과거와 달리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 하나만 있다면 자금지원부터 컨설팅까지 받을 수 있는 시대다. 정부는 청년실업 대란과 기업 구조조정으로 발생하는 조기 퇴직자들을 위한 대안으로 1인 창조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홍석우 중소기업청장은 “2012년까지 1인 창조기업 약 3만개 증가가 예상되며, 이로써 신규 일자리 창출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08년부터 국내 신설법인 현황을 살펴보면 1인 창조기업에 가까운 출판·영상·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과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은 수가 크게 늘고 있다. 또 연도별 벤처기업 증감도 지난해 1만8893개사나 늘어 전년 대비 큰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최근 중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인 창조기업 수는 전국적으로 20만3473개에 달한다. 국내 전체 경제활동인구(2465만명)의 1%에 가까운 수치다. 업종별로는 전문 과학·기술서비스(30.9%), 창작·예술·여가(14%), 통신·컴퓨터(5.6%), 출판·영상(5%) 순으로 나타났으며, 디자인·번역·컨설팅·만화 등 창의성 있는 분야에서도 활동이 많았다. 평균 매출은 4440만원으로 비교적 고수익을 올렸으며, 평균 근무 시간은 주 40시간 이상이었다. ‘창조경제 시대의 희망’인 1인 창조기업이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사회흐름 변천에 따라 앞으로 1인 창조기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도 창조경제시대를 맞아 1인 창조기업 지원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정부는 ‘1인 창조기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1인 창조기업들이 시장에 빠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수요 창출에도 나서, 공공구매 진입장벽을 완화하고 1인 창조기업에 아웃소싱을 발주한 기업에 ‘바우처 방식’으로 계약비용 일부를 지원한다. 1인창조기업지원센터를 세워, 세무·법률·공동비서 등 경영지원을 펼치고 있다.

 중기청은 1인 창조기업 관련 지원예산을 지난해 213억원에서 올해 449억원으로 110%가량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1인 창조기업이 사업활동을 할 수 있는 초기인프라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우수 아이디어 발굴→경영활동→도약까지 성장단계 별로 지원, 우수 1인 기업을 적극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전국 대학교와 공동으로 모바일 기반의 오픈마켓을 활용한 학생 1인 창조기업 1000명도 발굴한다. 게임·정보서비스·애니메이션 등 9개 지식서비스 분야에서 100개 과제를 발굴, 시제품 제작 등에 필요한 자금을 과제당 4000만원까지 지원해 새로운 스타 사업가 키우기에 주력한다. 전국에 설치된 21개 비즈니스센터를 통해 제품 작업공간과 법률·세무 등 경영지원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에 앞서 중기청은 지난해부터 창의적인 아이디어 수집·발굴시스템(Idea biz bank)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창업활성화를 위한 규제개선에도 팔을 걷어붙여 11개 부처, 5개 법령 7개 제도를 손봤다. 정부와 민간에서 운영하는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연계한 온라인상 ‘아이디어 수집·발굴시스템’ 구축과 노인 등 인터넷 취약계층을 위한 오프라인상의 ‘찾아가는 아이디어 발굴단’을 운영하고 있다. 우수 아이디어는 아이디어 상업화 지원사업을 통해 소비자평가·사업화기획·마케팅 등을 일괄 지원받아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했다.

 대·중소기업 등이 등록된 우수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만남의 장 주선 및 계약서 작성 등을 지원했다. 민간에서 활동 중인 지식거래 전문회사와 협력, 우수 아이디어가 거래될 수 있도록 했다. 1인 창조기업이 참여하는 전용 연구개발(R&D)사업인 C&BD(Creativity & Business Development)와 1인 창조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금·인력·기술개발 지원도 강화해나가고 있다. 세제 감면대상 범위 확대 및 신고절차를 간소화했다. 1인 창조기업(법인)에 대해 대도시 등록세 3배 중과제도 제외와 개인사업자 휴업 및 재업신고를 온라인화했다. 고용보험 중 실업급여도 1인 창조기업 임의가입을 인정했고 생활안정을 위해 운영 중인 노란우산공제제도 가입도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주요기업들이 부러워하는 훌륭한 IT인프라를 갖췄다. 이를 기반으로 정부 정책과 지원, 국민 개개인이 힘을 모아 창조경제시대가 본격 도래하는 올해 ‘1인 창조기업’을 확고히 자리매김시킬지 주목된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