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바람이 혹한을 녹이고 있다. 신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한겨울 ‘에어컨 전쟁’ 열기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출시되는 신제품들은 인터버, 공기청정, 전력소비, 살균 등 다양한 차별화 포인트를 자랑한다. 각 기업은 올해 에어컨 부문에서 작년 대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2010년 에어컨 시장전망=올해 국내외 에어컨 시장의 기상도는 ‘맑음’이다. 경기 불황으로 꽁꽁 얼어 붙었던 지난해와 달리 교체수요와 대기수요가 살아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낙관론은 크게 경기회복 분위기와 이상고온으로 대표되는 기상예고에 기인한다. 지난해 에어컨 시장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의 영향을 받았다. 소비자들은 비싼 에어컨보다는 값싼 선풍기로 눈을 돌렸다. 상당수 기업들은 재고처리에 고심했다.
국내 에어컨 시장 규모는 금액기준 약 2조5800억∼2조6180억원으로 추산된다. 올해 국내 가정용 에어컨 시장은 수량기준 200만∼220만대, 금액기준 1조800억∼1조1180억원이 예상된다. 상업용 에어컨은 2009년 1조4000억원에서 2010년 1조5000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냉동공조협회에 따르면 시스템에어컨은 2006년 실외기를 기준으로 4만7249대에 불과했으나 2008년 9만3426대로 3년 새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상업용 시장은 지난해 경기 침체에 따른 건설 경기 위축에도 성장했다. 일반적으로 실외기 한 대당 천장형 실내기는 적게는 석 대에서, 많게는 수십 대가 연결된다.
◇글로벌 사업전략=2010년 글로벌 에어컨 시장은 가정용과 상업용을 합쳐 총 725억달러로 예상된다. 특히 상업용 에어컨 시장 성장폭이 일반 가정용을 앞지르면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올해 공격경영을 기치로 내걸었다. 2004년 이후 매년 에어컨 분야에서 ‘텐밀리언 셀러’ 기록을 수립 중인 이 회사는 특히 상업용 에어컨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2013년 글로벌 톱 공조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노환용 에어컨사업본부장(부사장)은 “올해 에어컨 부문에서 5조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며 “에어컨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미국 상업용 에어컨 시장에도 본격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버터 기술을 앞세워 빌딩매니지먼트시스템(BMS), 대형 공조를 비롯해 상업용 에어컨 부문에서 글로벌 톱브랜드와 경쟁하겠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글로벌 시장에 총 550만대의 에어컨을 판매해 매출 목표 3조원을 달성한다. 이는 2009년 대비 50%가량 성장한 수치다. 삼성은 특히 해외 사업 강화를 위해 에어컨 생산시설을 대폭 확충한다. 삼성광주공장, 중국 쑤저우 및 태국 이외에 지역에 브라질, 인도네시아에도 공장을 설립할 방침이다. 에어컨 사업을 총괄하는 문강호 DAS사업팀장(전무)은 “해외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해 2∼3년 내 가정용 에어컨 부문에서 세계 정상에 오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내시장 전망=에어컨은 디지털TV와 더불어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싸움에서 최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에어컨 일류화 의지를 천명한 삼성전자가 부동의 1위 LG전자와 한 판 대결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가정용 에어컨 시장은 LG전자와 삼성전자의 2강 구도로 압축된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44∼45%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LG전자는 이보다 소폭 앞서 있다.
삼성은 시장재편을 위해 공기청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우젠 에어컨은 기존 에어컨 대비 공기청정 능력이 7배 향상됐다. 윤백 공조솔루션사업팀 상무는 “에어컨의 기능 자체를 에어컨으로만 보지 말고, 연중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완벽한 공기청정 기능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확실한 1위 굳히기에 나선다. 이 회사는 실내외 온도에 따라 냉방능력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휴먼케어 인버터 기술을 적용한 휘센 에어컨을 출시했다. 허인구 에어컨사업팀 상무는 “삼성 에어컨 점유율이 상승세지만 LG의 점유율 상승폭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중위권 업체들도 도약을 벼르고 있다. 위니아만도는 빠르고 강한 냉방효과를 갖춘 에어컨을 선보인다. 또 바이러스 및 살균기능을 강화했다. 위니아만도는 신제품 출시를 맞아 이달 1일부터 3월 31일까지 최장 10개월 무이자 할부 등의 행사를 실시한다.
캐리어는 ‘초절전 에너지 절약형’ 가정용 에어컨으로 시장공략에 나선다. 신제품은 실내 온도 변화에도 2개의 컴프레서 중 하나가 일시적으로 정지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운전을 변환하는 ‘지속운전기능(Zero Delay Operation)’을 특징으로 한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