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벤처·이노비즈기업 인증제도 개편에 바란다

[리더스포럼] ­벤처·이노비즈기업 인증제도 개편에 바란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일자리의 88%를 감당하고 있지만 성장 발전 구조는 취약하다. 역대 모든 정부가 중소기업을 시장 논리에만 맡겨둘 수 없어 나름의 정책을 펴왔다. 이런 과정에서 탄생한 게 각종 인증제도다. 정부 정책으로 수립된 중소기업 인증제도만 해도 벤처, 이노비즈, 경영혁신기업 등이 있고, 녹색기업 인증제도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각종 인증제도를 뒷받침하는 법률도 제각각이다.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 인증제도를 바탕으로 한 지원정책은 조각조각이기 쉽다. 인증을 받기는 어려워도 인증 후 지원내용에 만족하는 중소기업은 별로 없는 상황이다. 기업 인증제도가 기업 활동에 모티브를 주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맞춤식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에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는 인증제도의 불합리성과 인증 중복 문제, 수요자 불만족 요인에 대한 문제제기도 많다.

 최근 정부는 벤처·이노비즈 인증 통합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차제에 벤처·이노비즈 인증 기업의 중복 인증 비용 문제에 초점을 맞춘 단순성 민원해결 차원을 넘어 실효성 있는 새 판을 짜기를 기대한다. 지금까지 시행한 인증제도에 수요자인 기업이 왜 불만족하고 있는지, 기업 성장을 위한 지원이 왜 효과적이지 않았는지 본질을 짚어봐야 한다.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기업구조와 산업구조의 큰 틀에서 봐야 한다. 동시에 기업 성장 단계별, 산업분야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세밀하게 이뤄져야 실효성이 담보된다. 기업 지원 시스템도 기업 성장 단계별 계단식 지원 제도가 적절하다. 창업 단계에서는 모든 것이 서투르다, 자금력도 경영 능력도 훈련돼 있지 않다. 창업 후 적어도 3년까지는 기술개발과 마케팅의 벽을 넘는 경영학습을 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창업 컨설팅, R&D 자금 지원, 기술 담보 대출, 마케팅 지원이 필요하다. 창업 단계의 벽을 넘어 3년 또는 5년을 거쳐야 시장을 이해하고 살아갈 무기를 갖게 된다. 창업 단계를 넘겼다 해도 비즈니스 혁신과 시장 확대를 하지 않으면 기업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대부분 이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 단계에 있는 기업이 대부분 이노비즈 인증 기업들이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체질이 약하다는 것은 이 단계에 놓여 있는 기업들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기업 구조의 허리에 놓여 있는 이노비즈 기업들이 일반 중소기업에 비해 매출액 비율과 고용창출 기여도가 3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 약 1만7000여개의 이노비즈 기업(전체 기업 수의 0.4%)이 전체 중소기업이 내는 GDP 비중의 약 50%를 담당하고 있다.

 이노비즈 인증 제도를 혁신형 전문 기업군으로 특화하는 기업 인증 시스템 개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녹색 전문기업, IT 전문기업, 지식서비스 전문기업, 제조·생산 전문기업, 부품·소재 전문기업 등 혁신형 전문기업군으로 분류하고 고용률, 기술력, 사업성과에 따라 레벨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기업 지원은 관계 법령과 제도에 연동돼 돌아갈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지원에 관한 법령이 너무 많이 엉켜 있다. 기업 인증 시스템 마련과 동시에 관계 법령에 대한 정비도 수반돼야 한다. 정부의 이번 기업 인증 제도 개편으로 창업이 활성화되고 혁신형 전문 기업군이 중견기업화되고,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

한미숙 이노비즈협회 명예회장 mshan@heri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