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아이언 거리

 아이언을 바꾸거나 스윙이 달라졌을 때, 아이언 거리를 측정하려고 연습장에 갈 경우가 있다. 이렇게 측정한 아이언 거리는 실전 라운딩을 해보면 전혀 맞지 않는다.

 연습장에서는 원 피스 볼 혹은 로스트 볼을 연습볼로 사용, 필드의 비거리와 달라진다. 연습장에서는 5번 아이언 기준으로 15야드 정도 덜 나가는 반면에 피칭웨지와 9번 아이언은 실전과 비슷한 거리가 나온다. 또 연습장에서는 휘어지는 볼이 잘 나오지 않는다. 이유는 딤플이 닳아서 스핀이 잘 먹지 않기 때문이다.

 필드에서는 자주 발생하는 5번 아이언 슬라이스를 연습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드라이버 샷도 스핀이 덜 먹기 때문에 훅이나 슬라이스가 현저히 줄어든다. 그래서 연습장에서는 빨랫줄 같은 타구가 나오는데 필드에만 가면 슬라이스가 심하게 나온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많다. 이것이 사실인지 확인해보려면 흠집이 나서 혹은 오래돼서 안 쓰고 처박아둔 볼을 연습장에 가져가서 쳐보라.

 연습장에서 아이언 거리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연습장 바닥이 콘크리트든지 흙바닥이라 하더라도 딱딱하기 때문에 런이 훨씬 길다. 그래서 떨어지는 장소를 기준으로 캐리 거리만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평상시 필드에서 캐리와 런의 거리를 정확히 알고 있는 골퍼는 거의 없다. 80대 초반을 쳐도 이 거리를 알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7번 아이언 거리가 160야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측정을 해보니 평균 145야드, 그것도 런 5야드를 포함해서라는 사실을 알았다. 과거에 라운딩을 하다 보면 7번 아이언 160야드를 기준으로 샷을 해도 그럭저럭 그린에 올리곤 했는데 웬일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린 앞 턱에서 핀까지 거리가 보통 25야드는 되기 때문에 15야드 정도 짧아도 온그린이 가능했다. 그래서 핀이 앞 쪽에 꽂혀 있는 홀에서는 항상 짧아서 그린 못 미친 지점에 떨어뜨렸다는 것도 알았다.

 골프 교과서에서 주장하기를 언제나 한 클럽 길게 잡고 세컨드 샷을 하라는 것도 이것 때문이다. 낚시꾼과 골퍼의 공통점은 놓쳐버린 붕어의 길이와 7번 아이언의 거리라는 농담이 새삼 떠올랐다. 어쨌든 본인의 아이언 거리를 정확히 알고 있으면 서너 스트로크는 쉽게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