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우리투자증권의 IT수장이 된 천병태 IT지원센터장(이사)의 어깨는 무겁다.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CIO라는 중책을 맡았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18년간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서 운영해 오던 IT센터를 상암동으로 이전해야 한다. 오는 5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에 걸쳐 대규모 이전 작업을 마치면, 그 다음에는 우리금융정보시스템과 IT아웃소싱 이슈를 해결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IT센터가 그룹통합데이터센터로 합쳐지는 만큼 우리투자증권의 IT부문이 우리금융정보시스템으로 이관되는 수순을 밟는 것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노조는 IT직원의 고용 안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신임 최고정보책임자(CIO)가 풀어야할 과제치고는 쉽지 않은 문제들이 연이어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천 이사는 CIO로 부임하자마자 자사 주요 시스템들을 분석하고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을 재정비 하는 등 지난 한달여 동안 바쁜 시간을 보내왔다. 최근에는 운영 1년을 맞은 차세대시스템 점검에도 나섰다. 추가적으로 보완해야 하는 작업들을 선별해 IT센터를 이전하기 전에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천 이사의 올 상반기 최대숙제는 IT센터 이전 작업이다. 늦은 오후 기자와 만난 시간에도 천 이사는 5월 석가탄신일을 포함한 연휴 기간동안 IT센터를 최대한 안전하게 이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전 대상 서버는 총 540여대다. 그는 최근 이삿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 가상화 기술을 적용해 서버통합 작업을 추진했다. 노후화된 단일 업무용 서버들은 교체하고, 일부 장비는 가상화 기술을 적용해 서버를 통합했다. 이를 통해 기존 104대의 유닉스 서버를 24대로 대폭 줄였다.
천 이사는 “이번 IT센터 이전에서 주문 체결과 시세 처리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시세 서버와 대외접속(FEP) 서버 등은 제외시켰다”며 “고민 끝에 여의도 본사 건물에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의 주문체결 관련 시스템들은 오는 3월에 여의도 본사로 이전할 예정이다. 내부 테스트를 해본 결과 상암동의 그룹 데이터센터에서 주문 체결하는 것 보다 여의도 본사 건물에서의 주문 체결하는 것이 1/1000초 정도 더 빨랐다고 한다. 이 정도의 수치라면 실제 일반 사용자는 체감하기 힘든 속도지만 기관투자자 등을 포함해 대량 거래를 하는 고객에게는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다. 이에 소수의 고객이더라도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여의도 본사로 주문 시세 서버들은 이전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올해 우리투자증권의 IT 예산은 총 540억원이다. 여기에는 그룹 통합데이터센터로의 이전 비용까지 포함돼 있다. 천 이사는 새로운 그룹통합 데이터 센터로의 이전에 대해 기본적으로 만족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다소 고민스러운 점도 있다고 털어놨다. 새로운 데이터센터로 이전하게 될 경우 오금동에 있을 때 보다 고정 운영비가 10%이상 더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전하게 될 그룹 데이터센터는 최첨단 공조시스템과 보안시스템을 갖춘 차세대 데이터센터로 평가받고 있다. 그만큼 운영 서비스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존 센터에 비해 운영비용이 다소 늘어난다. 이에 천 이사는 향후 운영비를 보다 효율적으로 절감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천 이사는 증권사에 근무하면서 상품관리부터 전략기획, 투자신탁 등 증권업의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만큼 고객의 요구가 무엇인지, 어떤 것을 원하는지를 잘 파악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런 다양한 업무 경험이 결국 IT업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천 이사는 “IT업무 자체는 처음이지만 이미 다양한 일을 추진해 오면서 IT의 중요성을 체감해 왔다”며 “최근에는 ‘과연 IT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원천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수익을 내기 위해 존재한다면 IT센터의 존재 가치도 이에 부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천 이사는 IT를 철저하게 ‘비즈니스화’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 중이다. 특히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회사의 비즈니스 성과에 기여하는 바가 크고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에 우선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전략에는 직원들의 배려심도 녹아 있다.
천 이사는 “차세대 프로젝트가 끝났기 때문에 IT직원들이 많이 바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같이 생활해 보니 평소에도 밤낮으로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하지만 투자하는 시간 만큼 기대한 성과가 제대로 나오고 있는지 등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인력과 시스템, 네트워크 인프라 등이 한정돼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 수익을 이끌어 내고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IT서비스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직원들에게도 비즈니스에 초점을 두라고 늘 강조하고 있다. 특히 부서장 등 관리자급 직원들에게는 현업과의 관계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현업에서 요청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고 향후에는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 그의 요구다. 천 이사는 최근 조직도 일부 개편했다. IT본부를 IT지원센터로 변경해서 경영지원본부 산하로 편입시켰으며, 기존의 비즈솔루션부는 1, 2부로 분리해 세분화했다. 또 개발 부서와 운영 부서를 분리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모든 업무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개발과 운영 직원을 분리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업무에만 적용하고 있다. 이미 계좌 출납과 금융상품 영역은 개발과 운영 인력을 분리했으며, 회계·재무·영업 등의 관리 조직은 올해 분리할 예정이다. 홈트레이딩과 주식 매매 등의 업무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천 이사는 올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주요 콘텐츠를 개편하는 작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주문, 관심종목, 사용자인터페이스(UI) 등에 대한 기능들을 전반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그 외에도 모바일 관련 증권서비스도 검토 중이다. 아이폰의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아이폰에서 시세 조회와 주식매매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자체 구축 보다는 애플리케이션서비스임대(ASP) 방식을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민감한 사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IT아웃소싱에 대해서는 천 이사는 말을 아꼈다.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이 아닌 만큼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천 이사는 “우리투자증권의 IT부서 직원들이 회사와 동일한 꿈을 꾸면서 같은 행복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최대한 IT직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신속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로필>
1988년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천병태 이사는 제일기획을 거쳐 1989년 4월 우리투자증권에 입사했다. 이후 투자신탁, 재무기획, 전략기획, 상품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올해부터 우리투자증권의 IT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