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국가 제1의 성장동력인 IT산업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IT코리아 5대 미래전략’을 제시했다. 이후 5개월여 만에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SW산업 종합 대책을 마련하며 SW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4일 발표한 ‘소프트웨어(SW) 강국 도약 전략’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SW업계의 고충을 절감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에 환영하면서도 구체적인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는 SW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을 반기면서도 IT코리아 5대 전략 등 이미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다수 포함된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구체적인 관련 재원 마련 방법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대책이나 전략 발표보다 지속적인 이행과 실천, 범정부 차원의 협력을 주문했다. 정부가 IT서비스업체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과 중소 SW업체 간의 관계를 갈등관계로만 보고 정책을 집행하지 않고 상생관계로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관련 업계는 지난 2007년 전문 SW기업의 숙원사업인 SW분리발주제도가 시행됐지만 여전히 저조한 상황을 지적하며 대책의 철저한 사후 관리를 요구했다. SW분리 발주 도입률은 시행된 2007년 12.9%에서 2008년 21%, 지난해 38.5% 수준으로 분리 발주 대상 사업 절반 이상이 도입하지 않고 있다.
김진형 KAIST 교수는 “정부에서 SW생태계를 구성하기 위해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점은 높이 살 만하다”면서 “특히 산업을 선진화하기 위해 분리발주는 반드시 추진해야 하며 SW사업대가 기준도 시급히 민간에 이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환수 SW산업협회 실장은 “이번 정책은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아니라 거시적인 방향을 수립한 것이므로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제한 뒤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SW에 제값을 지급하려는 분위기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또 중소SW업체의 공공사업 진입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대기업 참여 하한제 시행령의 예외 조항을 폐지한 것과 설계와 개발을 나누는 분할발주 등 업계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 문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운 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는 “그간 대기업 참여 하한제에 예외조항을 둔 것은 현실적으로 분리발주를 적용하기 힘든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며 “발주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는 문제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자 우암 사장은 “국가계약법 등에 명시된 각종 예외 조항이 대기업과 전문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며 “전문 SW기업들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SW 생태계 재편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형 교수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이 모두 업계의 환영을 받는 것은 아닌 만큼 정책이 현장과 보다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상시적으로 SW정책을 연구하는 전문가 풀이 갖춰져야 한다”면서 “SW는 모든 산업에 연관된 파급효과가 큰 사업인 만큼 단순히 정책을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인순·정진욱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