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자산업 태동기인 1965년에 회사를 설립, 반세기 가깝게 전자업계의 현역 CEO로 활동 중인 사람이 있다.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으로 은탑산업훈장, 동탑산업훈장, 석탑산업훈장 등 수많은 수출 유공 포상을 받은 그는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직을 역임했다. 또한 ‘전자업계의 맏형’답게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부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며, ‘국가 경제의 허리’로 표현되는 중견기업의 위상을 대변하는 한국중견기업연합회(회원사 510개사) 회장이기도 하다.
그 주인공이 바로 작년 4월 정부로부터 국민훈장동백장을 수여받은 차량용 전자기기 전문업체 남성의 윤봉수 회장(73)이다.
윤 회장이 설립한 남성은 모바일 오디오·비디오, 내비게이션, 멀티미디어 제품 등을 주사업으로 연 2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변화하면서도 한우물 판 ‘뚝심’=윤봉수 회장은 “전자산업 트랜드와 국가 산업구조 변화에 순응하면서도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오디오, 비디오 분야로 한우물을 팠다”며 “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사업초기의 제조업자개발생산방식(ODM)의 생산에서 자사 브랜드(Dual) 수출로의 전환 등 시점에 맞는 대응을 해왔다”고 회고했다.
남성은 90년대 초반에는 홍콩과 중국 심천에 생산법인을 만들었다. 2003년에는 미국 플로리다에 마케팅 현지법인 남성아메리카를 전진 배치해 현지 공략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는 독자 ‘듀얼(Dual)’ 브랜드로 제품 전량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남성은 미국 차량용 오디오·비디오 시장의 20%정도를 점유하면서 일본 소니, 파나소닉, 파이오니아, 켄우드 등과 치열하게 경쟁 중인 대표적 국내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올 초에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도 국내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모바일 멀티미디어 제품 부스를 설치하고 참가한 기업은 남성밖에 없다. 또 CES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윤 회장은 “한국 본사는 연구개발과 기획 기능을 맡고 중국은 생산에 주력한다. 미국 법인은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제품 마케팅에 특화돼 있다”면서 “지난 5년간 브랜드마케팅 비용으로 2000만달러 정도를 투입, 적극적 글로벌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모바일 일렉트로닉스의 최강자 꿈꾼다”=윤 회장이 강조하는 남성의 키워드는 ‘모바일 일렉트로닉스’다. 오디오와 비디오 기기로 특화된 회사, 그 가운데도 차량용 시장에서 최고 강자가 되는 것이 윤회장의 큰 구상이다. 또 최근 고급 차량의 전자기기 도입 확대는 회사에도 기회가 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차량용 기기는 운전상황이라는 특성 때문에 일반 환경과 크게 다르다. 차량용 전자제품은 영하 20℃의 환경에 놓이기도 한다. 이동환경에 적합해야 하며 조작도 간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음성으로 작동하는 장비, 내비게이션과 멀티미디어 기능이 융복합된 다양한 제품을 통해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며 “현재 집중하고 있는 미국 이외에 북유럽, 동남아 쪽으로의 시장 다변화도 올해부터 본격화된다”고 소개했다.
◇중견기업 지원책 확보에도 큰 역할=그는 중견기업의 위상 강화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허리에 해당하는 중견기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끼여 정책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서는 안 된다는 게 핵심이다.
윤 회장은 “성장한 중소기업이 지원 혜택을 받기 위해 회사를 분할하는 등의 편법을 쓰기도 한다”며 “국가 산업이 한 단계 더 올라서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발전하고, 중견기업은 다시 대기업으로 커나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올해가 중견기업 육성정책에 있어 획기적 변화의 시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중소기업 범위 축소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이 있었고, 올해는 중소기업을 졸업하는 기업에 대한 육성방안이 그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중견기업 통계기반 구축과 실태조사, 인력·연구개발·판로 등에서 나타나는 중견기업의 애로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건의할 것”이라며 “국회·정부·언론 및 학계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중견기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넓혀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