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있는 R사의 임하늬씨(27)는 최근 그동안 아끼며 관리해 오던 손톱을 짧게 잘라냈다. 얼마 전 산 스마트폰 화면을 정확히 터치하는 데 긴 손톱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임씨는 “취미로 네일아트에 푹 빠져 매주 네일숍을 방문할 정도였다”며 “여성에게 손톱은 패션과 스타일이 드러나는 중요한 부분이라 상당히 망설였지만 스마트폰을 제대로 쓰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NHN에 근무하는 이소영씨(29)는 유명 브랜드 패션 상품을 살펴보는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으로 즐겨 이용한다. 그녀 역시 손톱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다.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여성들이 손톱을 깎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정전식 터치방식 때문이다. 정확하게 ‘터치’하려면 손톱이 짧아야 한다.
지금까지 국내 출시된 터치폰의 대부분은 화면에 닿는 물체의 압력을 인식하는 ‘감압식’이 적용됐다. 이 방식에는 뾰족한 여성의 손톱이 유리했다. 스타일러스 펜처럼 손톱으로 터치 화면의 미세한 부분까지 제어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신 스마트폰은 인체의 전류를 감지해 작동하는 정전식 패널을 많이 쓴다. 삼성전자가 지난주 공개한 첫 안드로이드폰 역시 정전식을 적용했다. 정전식은 손가락 끝을 대면 감압식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데다 화면의 확대·축소가 편리한 멀티터치도 쉽게 구현되는 장점이 있어 최신 스마트폰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윤정호 로아그룹 책임연구원은 “정전식 터치를 이용해 맛볼 수 있는 편리한 사용자경험(UX)이 여성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얼리어답터나 IT에 밝은 남성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던 스마트폰은 지난해 11월 아이폰 출시 이후 ‘여심(女心)’을 흔들기 시작했다. 전자신문의 최근 조사에서는 휴대폰을 쓰는 여성 응답자(640명)의 22%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