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제주특별자치도의 한적한 시골마을인 제주시 구좌읍에 마을이 생긴 이래 가장 많은 국내외 기업인과 정부 인사들이 몰려들었다.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의 첫 삽을 뜨는 착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스마트그리드를 따로 독립된 시험 단지에서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주민이 생활하는 지역에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고 운용하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업이다.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는 오는 2013년까지 정부와 민간이 자금을 투입, 100년 역사의 전력계통에 정보기술(IT)을 입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사업이다. 이로써 전력망을 지능화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녹색지구를 만드는 것이 이 사업의 취지다.
당초 정부는 민간자금 575억원을 포함한 1160억원을 투입하려했지만 사업 규모가 50% 이상 커졌다. 당초 계획보다 민간기업 참여가 200% 이상 늘면서 사업기금이 2395억원으로 불어난 것. 이처럼 기업들이 관심을 쏟는 데는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본격화되면 에너지 효율 최적화를 실현해 기업의 이미지 개선은 물론이고 새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특히 2차전지 관련 분야는 실증단지에서 구현되는 스마트 플레이스, 스마트 트랜스포테이션, 스마트 리뉴어블 등 모든 서비스 영역과 깊은 연관성을 맺고 있어 눈길을 끈다.
우선 전기자동차를 구현하는 스마트 트랜스포테이션에서는 차량 운행과 충전소 차원에서 2차전지가 핵심이다. 또 똑똑한 녹색 집을 만드는 스마트 플레이스 사업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원의 전력품질을 향상하는 스마트 리뉴어블 사업에는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수다. ESS 분야는 전기자동차에 비해 먼저 시장이 꽃필 가능성이 커 주목된다.
미국이 스마트그리드에 본격 투자를 하고 있는데다 EU 국가들도 이를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에서도 가정마다 신재생에너지의 사용이 본격화되면 소형은 물론이고 빌딩과 발전소 단위의 ESS 설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그간 국내 전력저장 시장은 주로 무정전시스템(UPS)을 중심으로 형성돼 왔으나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중심으로 앞으로 나트륨황(NaS)전지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리튬 2차전지의 채택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저장용량의 확대가 관건이다. 이에 따라 삼성SDI, LG화학 등 국내 2차전지 업계도 각 분야 컨소시엄에 참여해 시장 주도를 선언하면서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실증단지는 2011년 5월까지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면 그 후 2년간 통합운영 단계를 거치게 된다. 또 올 하반기면 컨소시엄별 홍보관이 구축돼 체험 공간이 마련될 예정이어서 업체 간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