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년이 훌쩍 지난 일이다. 지난 2008년 12월, 발광다이오드(LED) 산업에 애착이 많았던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LED 업계 CEO들과 조촐한 연말 간담회를 마련한 적이 있다. 국내 산업이 태동하는 단계에서 업계 애로점을 짚어주고, 2009년도 투자계획을 듣고자 계획된 자리였다. 간담회를 주관한 지경부 정보전자산업과는 기업들 투자 계획을 취합한 보도자료까지 준비하는 등 부산했다.
당시 기자들을 놀라게 했던 기업은 대기업인 삼성전기·LG이노텍이 아니었다. 국내 LED산업 터줏대감인 서울반도체도 아니었다. 다름 아닌 LED 조명 전문업체 화우테크놀러지였다. 당시 연간 매출액 700억원 수준이었던 이 회사는 2009년 한 해동안 총 505억원을 투자하고 신규 인력채용을 통해 146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노라고 선언했다. 각각 230명·261명을 채용한다며 소박한(?) 전망을 내놓은 삼성전기·LG이노텍의 손이 무안할 정도였다.
당시 이 회사의 약속들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단 1년 동안 146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던 화우테크놀러지의 직원 수는 2009년 9월 30일 기준 373명이다. 장관 간담회가 열린 시점인 지난 2008년 12월 332명과 비교하면 과거 약속을 충실하게 지켰는지 의문이다.
505억원이라고 밝혔던 투자 규모에도 물음표가 이어진다. 지난주 공시된 이 회사 실적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연간 투자금액은 시설과 연구개발을 합쳐 216억원 정도다. 기업은 생물이다. 생물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외부로의 반응을 달리한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혼란했던 1년 동안 기업의 투자 및 채용 계획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2008년 12월이면 이미 미국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으로 이듬해 열악한 경영 환경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던 시기다. 더군다나 LED 조명 1등 기업을 자처하는 회사라면 잘못된 예측으로 인해 혼란을 겪을 수 있는 투자자, 나아가 LED 산업 신뢰도에 미칠 악영향까지 고려해 신중한 예측을 내놔야 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팀=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