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도쿄일렉트론)에는 무역회사와 기술회사의 DNA가 함께 융합돼 있습니다. 기술로 출발한 기업들은 자신의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지나쳐 결국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 데 우리는 무역가 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 지, 세계 기술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 지 항상 주목합니다.”
히가시 데쓰로 TEL 회장은 지난 1996년 46세 나이로 도쿄일렉트론의 회장이자 CEO로 부임했다. 60대 CEO가 일반적인 일본에서는 매우 드문 사례다. 창업자이자 전임 회장은 히가시 회장에게 “젊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마음껏 펼쳐봐라”고 지시했고 그는 TEL 직원들에게 도전의식과 글로벌 마인드를 불어넣어 오늘의 TEL을 이끌었다. 그는 지난주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세미콘코리아 2010’에 참석하고 국내 바이어들을 만나기 위해 방한했다.
히가시 회장은 “지난해 시장이 좋지 않아 고생을 했지만 올해는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장비 분야가 지난해보다 64.1% 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했다”며 “TEL은 시장 성장보다 더 큰 성장을 하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반도체 기업 인사와도 친분이 깊다.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을 비롯한 국내 반도체·LCD 최고위층과 수 십년간 친분을 이어왔다. 일본인답지 않게 화통하고 장기적인 인관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히가시 회장이 생각하는 국내 반도체·LCD기업의 강점은 무엇일까. 그는 “한국의 CEO들은 의사결정의 속도와 명확함에서 앞서 있다”며 “투자규모뿐 아니라 종업원에 동기를 부여하여 목표를 공유하는 매니지먼트 능력에서 일본이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장비 기업에 대해서는 “고객만족 추구, 빠른 기술습득을 하고 있다”며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으며 우리도 이들처럼 고객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히가시 회장은 그러나 “한국 장비 업체들이 향후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면 지금과 같이 지식재산(IP)을 존중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라고 따끔하게 충고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과 대만의 또다른 경쟁자로 부상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평가에서는 좀 인색했다. 그는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기업이 우리(한국·일본)를 따라오기는 어렵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LCD 분야는 상대적으로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한국기업이 OLED, 3D디스플레이, 전자종이 등으로 기술을 쌓고 있는 데 중국 기업들이 이 분야를 어떻게 추격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히가시 회장은 “한국 고객 지원을 위해 별도 기술지원 조직인 TEL코리아 솔루션즈를 지난 2006년 설립해 운영 중”이라며 “현재 전 직원 80명이 모두 한국인이지만 일본 기술자들도 배치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는 고객별 지원체제를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TEL(도쿄일렉트론)은 어떤 회사인가
TEL은 1963년 무역회사로 시작해 지난 80년대 반도체 장비 기업으로 전환한 기업이다. 지난 2008년 매출액(2007.4∼2008.3)은 9000억엔(10조원)에 이르렀으나 2010년(2009.4∼2010.3) 매출은 시장 악화로 인해 절반 이상 줄어든 4100억엔(5조3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9년 기준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코터·디벨로퍼, 열처리시스템, 금속 화학증착장비(CVD)시스템 분야 세계 1위이며 드라이에처, 세정장비, 웨이퍼프로버 분야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LCD 분야에서는 에처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독자적인 태양광 장비뿐만 아니라 샤프 등 태양전지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태양장비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도쿄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에 1만명의 종업원을 고용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