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업체들이 게임 등급에 어긋나는 사행성 아이템을 ‘치고 빠지기’ 수법으로 판매해 논란을 빚고 있다.
현행 게임법 상 단기간에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한 후 이벤트를 종료해버리면 규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
7일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캡슐형 아이템 판매로 인한 민원이 증가하면서 넥슨의 카트라이더가 등급 재심의를 받았다.
캡슐형 아이템이란 즉석복권처럼 이용자가 캡슐형 아이템을 구매한 후 열면 게임에 필요한 여러 가지 아이템이 나오는 상품이다. 확률에 따른 보상으로 인해 자칫 사행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게임위는 최근 카트라이더 등급을 재심의했다. 재심 이유는 카트라이더에서 실시한 ‘신비의 금빛 큐브’ 이벤트 때문이다. 이벤트 내용은 990원짜리 캡슐형 아이템 판매다. 게임위는 이번 이벤트가 전체 이용가 게임에서 사행심을 부추겨 과도한 현금 아이템 구매를 조장, 재심의 대상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엔씨소프트가 ‘리니지’에서 진행했던 ‘돌아온 티셔츠 이벤트’ 관련해서도 게임위에 민원이 빗발쳤다. 티셔츠 이벤트에서 성능 강화에 실패하면 아이템이 증발한다. 지난 2007년에도 사행성 논란이 있었던 이벤트다. 이밖에 ‘미니파이터 시즌2’, ‘샷온라인’ 등과 모바일게임인 ‘에바스토’, ‘크로이센’ 등에서도 비슷한 민원이 제기됐다.
이처럼 사행성 논란을 일으킨 게임 업체들의 이벤트가 이어졌지만 정작 제재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벤트가 종료된 뒤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 게임산업법에는 게임물 내용수정 신고를 내면 최고 21일 이내의 기간 동안 기존 등급과 다른 내용의 이벤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같은법에는 21일 이내에 이벤트를 마치면 등급을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규정돼 있다. 결국 21일 동안은 등급보다 심한 사행성 이벤트를 해도 무방한 상황이다.
게임위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게임위는 기한이 정해져 있는 이벤트에 대한 재분류 심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사행성 이벤트가 잦은 업체에게 개선권고 및 재발방지를 요청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문화체육관광부의 협조를 얻어 행정지도를 내릴 방침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제도적인 문제로 인해 등급 재심의를 해도 원래대로 판정이 날 수밖에 없다”면서 “제도개선과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을 검토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