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개인정보는 어디까지 공개될 수 있는 것일까. ‘프라이버시의 시대`는 과연 종언을 고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달 미국에서 공식 오픈한 `블리피(http://blippy.com)`는 개인의 신용카드 구매 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다. 벌써부터 프라이버시 문제로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블리피(Blippy)`는 트위터 개념을 적용한 금융정보서비스 분야의 소셜네트워킹 서비스다. `쇼셜카드 어그리게이터`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자신의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 이 사이트에 가입하면 신용카드를 이용해 결제한 내역(구매 장소와 상품,가격 등)이 인터넷에 자동으로 공개된다.
트위터처럼 친구를 찾아 팔로우(Follow)할 수 있고 자신이 팔로우한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얼마에 구입했는지 알 수 있다.구입한 제품에 대해 댓글을 남길 수도 있다. 개인의 금융정보를 공개한다는 것은 그동안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서비스의 등장으로 개인의 금융정보도 ‘프라이버시’ 영역에서 ‘퍼블릭’ 영역으로 넘어갔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다른 사람들이 아이튠스,넷플릭스,이베이,블록버스터 등 사이트에서 어떤 물건을 구입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오픈한지 얼마 안되었지만 상당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한달여 진행된 클로즈드 베타 서비스 기간 동안 초대 방식으로 5000여명의 회원을 확보했는데 이기간에 회원들이 신용카드로 구입한 물건이 10만개에 달했으며,450만 달러의 구매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Blippy측은 이같은 성장세를 감안할 때 1년안에 회원 수가 크게 증가해 명실상부한 `소셜카드 어그리게이터` 서비스로 자리잡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민감한 금융정보를 외부에 공개한다는 점 때문에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중 한 사람인 필립 캐플란은 자신의 섹스 상품 구입 내역까지 공개했다.
필립 캐플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Blippy 사이트의 유용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가령 집 근처에 있는 헬쓰클럽을 이용하려는데,클럽에서 제시한 이용료가 비싼 것인지,아니면 싼 것인지 알지 못할 경우 자신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공개하면 Blippy 사이트에 가입한 다른 친구들로부터 의견을 들을 수 있고 헬쓰클럽에 대한 주변의 평가도 알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자신이 사용하는 여러 신용 카드 가운데 하나만 사이트에 등록하기 때문에 숨기고 싶은 결제정보는 얼마든지 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자주 가는 레스토랑이나 커피숍,주유소 등의 신용카드 지출내역을 사이트에 올린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설명이다. 자신이 팔로우한 친구들이 자주가는 곳이나 구매한 상품 정보를 알고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효과적인 쇼핑이 가능하다는 것.
캐플란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와이파이(Wi-Fi) 기능의 체중계(측정한 몸무게를 와이파이를 통해 홈페이지에 올려 다이어트 계획을 짜거나 몸무게 추이를 알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 상품)를 아마존에서 구입한 경험을 소개한다. 자신이 구입한 이 제품의 구매 내역을 보고 다른 몇몇 사람이 구입하면서 입소문(Viral) 쇼핑의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물론 이 서비스에 대해 반대 의견도 만만치않다. 개인의 신용정보가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의 구매정보가 고스란히 공개된다면 원치않은 판매업체나 마케팅업체들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
제품 판매 업체들의 반발도 있다. 아마존 닷컴은 Blippy측이 구매자의 신용카드 구매 정보를 수집하고 과거 구매 데이터를 서버에 저장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Blippy는 사이트 이용자들이 자신의 과거 데이터를 보고 싶어한다면 당연히 서버에 저장해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마존이 반대 입장을 갖는 것은 자신들의 가격정책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다.
Blippy측은 향후 이 서비스를 계속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이베이,블록버스터,게임플라이 등과 제휴해 고객신용카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원데이쇼핑몰인 우트닷컴을 비롯 오버스탁 등 여러 업자와 제휴했다. 앞으로 독자적으로 ‘Blippy 카드’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 사이트의 사업성을 인정해 이미 160만 달러의 자금을 엔젤투자가와 벤처캐피털로부터 조달했다.
신용카드 정보 내역의 공개라는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Blippy가 향후 얼마나 회원을 늘려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블리피의 공동 창업자인 필립 캐플란은 누구인가>=필립 캐플란은 지난 2000년 `fuckedcompany.com`이라는 사이트를 오픈해 주목을 끌었다. 이 사이트는 닷컴 기업들의 나쁜 뉴스를 가장 먼저 알리는 개념으로 시작했다. 여러 닷컴 회사들의 인원 감축과 매각 소식을 신속히 전달해 인기를 끌었다. 지난 2004년에는 온라인 광고 마켓 사이트인 `애드브라이트(AdBrite)` 설립해 10만 개에 이르는 제휴 사이트를 모으기도 했다. `블리피`는 필립 캐플란 등 3명이 공동 창업, 지난 12월 중순 클로즈드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지난달 중순 공식 오픈했다. 공식 오픈하면서 초대장 방식에서 자유로운 가입방식으로 바꿨다.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