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의 실제 시작을 알리는 설날이 다가왔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는 기름지고 푸짐한 음식 덕분에 속이 더부룩하고 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때 어른들이 손끝을 따주면 편안해진 경험이 어렸을 때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손끝을 따주면 체기가 내려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손끝 발끝에는 우리 몸을 흐르는 경락(經絡)상에서 구급치료에 중요한 경혈(經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는 좌우 대칭으로 가장 근본적인 12개 기의 흐름이 있는데, 이를 12경맥(經脈)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몸의 각 장부에 대응하여 몸통에서부터 사지 말단까지 흐르고 있다.
예를 들어 폐경(肺經)이라고 하면 복부에서부터 폐, 기관지 호흡기계를 통과해 양쪽 팔로 나와 엄지손가락까지 흐르는 것이다.
이렇게 장부의 경맥마다 손·발가락 끝(정확히는 손·발톱 뿌리 바로 옆쪽)에는 혈(穴)이 있어 공통된 작용을 하기 때문에 이를 ‘정혈(井穴)’이라는 범주로 묶어 놓았다.
이 정혈들의 효능이 바로 경락의 기가 갑자기 꽉 막혀서 통하지 않을 때 기를 소통시켜주는 ‘구급치료’다. 예로부터 갑작스런 충격이나 중풍으로 쓰러질 때, 아이들 경기나 급체했을 때 손·발끝을 따주는 것은 모두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습관적으로 체하는 소화기계가 약한 사람들은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아야겠지만, 과식해서 일시적으로 체했을 때는 이들 정혈을 활용해보자.
내가 구사하는 사암침법(舍岩鍼法)에서는 비경(脾經)의 정혈인 은백(隱白. 엄지 발가락 안쪽 발톱뿌리 옆), 간경(肝經)의 대돈(大敦. 엄지 발가락 바깥쪽), 대장경(大腸經)의 상양(商陽. 검지 손가락 안쪽), 위경(胃經)의 여태(검지 발가락 바깥쪽) 등을 많이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