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세상]설에 볼 만한 만화

[만화로 보는 세상]설에 볼 만한 만화

 올해는 연휴가 사흘밖에 되지 않는 설 명절이지만, 바쁜 생활로 미뤄뒀던 만화를 읽기에 더 없이 좋은 시간이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사장 이현세)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작품부터 민족의 음식문화를 조명한 작품까지 5편의 만화를 이번 설에 읽을 만한 만화로 추천했다.

 먼저 대한민국 대표 음식 만화 ‘식객(허영만 글·그림, 김영사 펴냄)’이다. 식객은 드라마와 영화로 여러 번 재탄생한 작품으로, 이번 설에 맞춰 영화 ‘식객2-김치전쟁’이 개봉될 만큼 유명하다. 하지만 영상으로 보는 식객은 그 음식의 가짓수나, 잔잔한 생활에서 나오는 음식들의 맛 같은 것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그 모든 것을 메워주는것이 바로 만화 식객이다. 현재 26권까지 나와 있으며, 주인공인 진수와 성찬이 결혼을 해서 집들이 음식까지 만들고 있으니 연휴 동안 읽기에 딱 안성맞춤인 만화다. 또 허영만 작가의 감상인 ‘취재일기 그리고 못다 한 이야기’와 만화에서 소개되는 음식의 조리법을 담은 ‘허영만의 요리메모’가 덧붙여져 읽을거리가 풍성하니, 이번 설은 진짜 식객과 함께 보내도 좋을 것 같다.

 온 가족이 모이는 설에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 보기에는 ‘아기와 나(라기와 마리모 글·그림, 대원씨아이 펴냄)’가 적격이다. 주인공인 초등학생 미노루는 얼마 전 엄마가 죽었다. 덕분에 아직 아기인 동생 다쿠야를 돌봐야 한다. 아빠는 일을 해야 하고, 아직 어린 미노루에게 어린 아기를 돌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엄마의 부재로 한 가정에게 찾아온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을 가족애로 극복해 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귀여운 미노루와 다쿠야 형제를 보고 있노라면,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떠오른다. 작가 특유의 드라마가 설을 더욱 따뜻하게 해준다.

 연휴 동안 한국의 굵직한 사건들을 다룬 만화를 읽어보려는 사람에겐 ‘이끼’의 작가 윤태호의 대표작 ‘YAHOO(랜덤하우스)’가 안성맞춤이다. 부실공사로 인한 건물붕괴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방황하던 김현은 수도경비 기동대에 입대하게 되고,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 사고의 현장을 다닌다. 그러다 처절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과 조우하면서 수많은 참사의 현장에서 조금씩 무너져 내렸던 그의 인격이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1985년 5공 시절부터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불꽃처럼 살아갔던 두 젊은이를 통해 굴곡 많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재조명하는 ‘야후’는 현실을 바라보는 예리한 시선이 돋보이면서도, SF나 판타지 액션과 같은 극의 화려함도 살렸다. 현실성과 만화적 상상력의 만남으로 굵직한 액션만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삶에 찌든 직장인들에게는 ‘천재 유교수의 생활(야마시타 가즈미 글·그림, 학산문화사 펴냄)’이 적당하다. Y대 경제학부 교수인 유택은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느 교수나, 혹은 직장인과도 다르게 생활한다. 언제나 정확하게 새벽 5시에 기상하고 저녁 9시에 잠자리에 드는 규칙적인 생활 태도를 지니고 있고, 어느 장소 어느 상황에서도 원리와 정의에 어긋난 행동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길을 걸을 땐 인도로, 좌측통행을 준수하고 무단횡단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생활 태도를 지켜나가면서도 주위와 따뜻하게 어우러지는 모습이 훈훈하다. 실제로 작가 아버지의 모습에서 만화의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정말 이렇게 원리원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 우리의 직장생활과 비교가 되지만 그대로 유택 교수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만화가 주는 즐거움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흔히 접하는 만화 형태와 다른 유럽만화 ‘창고 라이브-다섯개의 청춘 송가(지피 글·그림, 세미콜론 펴냄)’를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누릴 수 있다. 이른바 그래픽 노블이라고 불리는 영미권 혹은 유럽권 만화들은 강렬한 색채와 빼곡히 들어찬 대사들로 읽기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 추천하는 이탈리아 작가의 작품 창고라이브-다섯개의 청춘 송가는 여타의 그래픽 노블과 다르게 수채느낌의 그림이 빼어나며, 유럽 예술영화를 보는 듯 일상에 진한 여운을 남겨준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