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그루브 룰

 올해부터 5번 아이언에서 웨지까지 아이언에는 새로운 ‘그루브 룰’이 적용된다고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 왕립골프클럽(R&A)에서 결정했다. 대체 그루브가 뭐기에 지난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렸던 노던트러스트오픈에서는 필 미켈슨이 사기를 쳤다, 아니다 하면서 그리도 시끄러웠을까.

 그루브는 아이언 클럽 표면에 평행하게 만들어진 길쭉한 홈을 말한다. 이 그루브는 골프볼에 백스핀을 걸어주는 역할을 한다. 만일 아이언 표면에 그루브가 없다면 프로선수조차도 아마추어 골퍼와 마찬가지로 그린에 볼을 세울 수 없다. 그만큼 아이언 샷에서 그루브가 차지하는 역할이 중요한데 올해부터 룰이 바뀌었다.

 예전 아이언에는 그루브가 ‘ㄷ’자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 웨지 페이스에 있는 그루브에 손톱을 대고 밀면 손톱이 잘려져 나갈 정도로 날카로웠고, 심지어 어떤 유명 웨지는 볼을 한번 치고 나면 페이스에 볼이 깎여나간 자국이 허옇게 남을 정도로 날카로운 그루브를 자랑할 정도였다. 그러니 백스핀을 많이 먹일 수 있었고 잘 팔려나갔다.

 새로운 룰에 따르면 이런 웨지는 이제 사용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루브의 모양은 U자여야만 하고 표면과 홈이 이루는 각도도 예전의 90도 각도에서 120도 각도로 날카로운 면을 다 갈아내야만 했다. 결과는 백스핀을 먹이기가 무척 어렵게 됐다는 뜻이다. 프로선수들이 60야드 거리에서 샌드웨지로 샷을 하면 그린에 떨어져서 뒤로 쭉 끌리는 백스핀을 보기가 쉽지 않게 됐다는 뜻이다. 페어웨이에서 볼을 때릴 때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러프에서 쳤을 때는 엄청난 차이가 날 수 있다.

 이점 때문에 미국골프협회에서는 룰을 바꿨다. 골프 코스가 점점 길어지다 보니 프로선수들은 더 멀리 보내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해 드라이브 샷을 때려낸다. 볼이 러프에 박혀도 칼날 같은 그루브를 가진 웨지로 백스핀을 먹여서 그린에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골프협회에서는 이것은 골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페어웨이를 지키고 적당한 거리에서 멋진 아이언 샷 기량을 겨루는 것이 진정한 골프라는 생각이 새로운 그루브 룰을 만들었다.

 새로운 룰은 대회에 출전할 일이 없는 주말 골퍼에게는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지만 새 아이언을 구입할 때는 잘 따져봐야 한다. 새로운 룰을 적용한 아이언을 구입한다면 가뜩이나 백스핀이 부족한 주말 골퍼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