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SM엔터테인먼트가 KIST를 찾은 까닭은?

 최근 우리나라 정부 출연연구기관 맏형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한홍택)에 ‘소녀시대’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이 방문했다.

 얼핏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양측의 만남은 KIST 로봇시스템본부에서 연구 중인 로봇·3D·가상 공간 기술 등에 대한 SM엔터테인먼트의 관심에서 비롯됐다. 아직 초기 논의 단계이지만 연예기획에 KIST의 이러한 기술을 접목시킬 아이디어를 함께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두환 KT 사장(서비스디자인부문장)을 비롯한 KT 임직원들도 얼마 전 KIST를 찾아 휴대폰 관련 원천 기술에 대한 협력 논의를 진행했다. 대기업 임원이 KIST를 찾아 장시간 브리핑을 듣는 일은 흔치 않다. 이에 앞서 삼성종기원과 LG전자 관계자들도 KIST 영상미디어연구센터에 들러 3D 기술 현황을 둘러봤다.

 올해 기술사업화를 핵심 과제로 내세운 KIST가 기업과의 직접적인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정부 출연연구기관들이 연구 성과를 도출한 뒤 기술이전 및 상용화 등에는 미진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신선한 행보다.

 우선 KIST는 주요 기업들과의 미팅을 통해 KIST가 보유한 기술 중 기업의 요구에 딱 맞는 아이템을 발굴하는데 적극 나섰다.

 KT의 경우 이번 방문을 통해 KIST가 연구 중인 융복합 분야와 휴대폰 관련 기술 중 KT 사업에 접목시킬 수 있는 성과물이 없는지 점검했다. 최근 핫이슈로 부상한 3D 연구 현황을 살피기 위해 3D 데모룸도 둘러봤다.

 한홍택 원장 취임 이후 협력을 타진 중인 기업의 범위도 확대됐다. KIST가 연구본부별로 현재 협력 가능성을 모색 중인 상대 기업에는 포스코·한전 등도 포함됐다.

 대기업 외에 중소기업과의 협력망 구축에도 착수했다.

 KIST는 최근 일명 기술 분야별 내부 전문가로 구성된‘KIST컨설팅그룹’을 발족, 중소기업을 직접 찾아가 기술 컨설팅을 수행하기로 했다. 기술 사업화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에 힘을 불어넣는 동시에 다양한 협력 모델도 구상한다는 방침이다.

 KIST가 출원한 특허 등 연구성과를 기업과 공유하기 위해 KIST와 기업이 공동 참여하는 컨소시엄도 곧 구성할 예정이다.

 박종식 KIST 성과확산실장은 “컨소시엄과 컨설팅그룹 등을 통해 KIST는 기술 사업화를 활성화하고 기업은 출연연이 보유한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예측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